늪에서 태어난 소녀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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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사는 소녀

늪에서 태어난 소녀


밤에 사는 소녀

늪에서 태어난 소녀


"난 말이야. 분명 이렇게 태어났을 거야. 늪에 빠져서 발버둥 치려고 허우적대다가 결국 먹혀버린거지."


<밤에 사는 소녀>에서 소녀는 말한다. 자신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태어난 존재라고 말이다. 인간이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면 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소녀는 왜 인간으로서는 살 수 없는 늪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걸까?


잠시 늪에서 태어난 소녀의 삶을 들여다보자. 소녀들은 홍등가 사이 새벽향이라는 성매매업소에 살고 있다. 감기약은커녕 제대로 된 끼니조차 먹을 수 없는 열악한 생활 수준과 노동착취 및 폭력이 만연한 환경에서 소녀들은 살고 있다. 인간으로서, 아동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양심과 책임도 지켜낼 수 없다.


주변인들은 이러한 소녀들의 상황을 돕기보다는 외면하고 그들의 불행을 자기 행복의 양분으로 삼는다. 소녀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상황에 던져진 것임에도, ‘술집이라 불리며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소모된다. 소녀들은 그들에 대한 악소문을 교실 구석에서 모른 척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의지할 곳 없이 고립된 소녀들의 처지는 갑작스런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부각된다. 우산 가져다줄 사람 하나 없는 소녀들은 비를 맞으며 집으로 뛰어간다. 주변인들은 그런 소녀들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도 돕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소녀들이 숨쉴 수 있는 곳은 새벽향의 작은 다락방이다. 소녀들의 유일한 공간에서 그들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희망을 노래한다. 편안해한다.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홍등가의 불빛을 꾸역 꾸역 막으며. 이처럼 소외된 소녀들의 삶은 비합리적인 현실을 폭로하는 그로테스크 미술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특히 소녀가 눈여겨보던 고야의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는 집에 올 때마다 어둠에 삼켜져 괴물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을 연상시킨다.

 

누구도 깨워주지 않아 교실에서 늦게까지 자고 있던 소녀들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소년(하진)의 부산스러운 소리에 깨어난다. 이 장면이 암시했듯, 자꾸만 소녀들을 깨우는 하진이에 의해 소녀들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소외되어 있던 소녀들은 하진이와 정서적인 관계를 맺으며 인격적으로 성장해나갔다. 훔쳐먹은 간식에 대해 사서 선생님께 사과의 편지를 쓰고, 찢어진 책을 고치며 외면했던 양심과 책임을 지키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다. 정마담에 대해 거리를 두고 경멸하던 단발 소녀가 정마담의 서툰 젓가락질을 손수 고쳐주는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소녀의 성장을 보여준다.

 

여름 방학 동안 소녀들은 버려진 공사장을 아지트 삼아 하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아이답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들은 정마담에게서 친모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하진이는 우울해하는 소녀들을 이끌고 아버지가 계신 강원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소녀(검정 머리)는 자신이 평범한 하진이를 늪으로 끌어내릴까 두려운 심정을 하진이의 아버지에게 털어놓는다. 하진이의 아버지는 말한다.


고여있는 물은 그렇게 되겠지만, 더럽더라도 흐르는 물은 그대로 흘러가고 일부 불순물들은 분리되어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자정작용을 거쳐 더러운 물은 결국 맑은 물이 되어간단다.”

 

 고여있으면 썩게 될 뿐이니 어떻게든 흐를 구멍을 찾아 힘차게 흘러가라는 아버지의 말에 소녀들은 그들의 상황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고자 한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 회피하더라도 맞서야 할 것은 결국 맞닥뜨리게 되어있다고 말이다.


 이 대사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 꿈을 외면하던 하진이를 향한 말이기도 했지만, 소녀들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비 한번 내리지 않은, 꿈같은 여름이 지나고 소녀들의 눈앞에 놓인 것은 이제껏 외면해온 현실이었다. 갑작스러운 봄비에 비를 맞으며 집으로 뛰어갔던 소녀들은 또다시 미처 대비하지 못한 가을비를 맞으며 뛰어갔다. 여름 동안 소녀들의 내면은 성장했을지라도 소녀들의 처지는 바뀌지 않았다. 힘들 때면 다락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현실을 외면했던 것처럼 하진이와 보낸 여름도 일시적인 회피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하진이도, 소녀들도 각자 맞서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맞서야 하는 현실의 크기는 너무도 달랐다. 하진이는 흐르는 물처럼 미래를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기 시작했고 소녀들은 흐를 틈을 찾을 새도 없이 잇따른 위기를 겪었다. 도저히 흘러나갈 구멍이라곤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는 소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엄마가 남긴 편지였다.


비록 나는 그 위대한 문턱에서 힘없이 사그라들지만, 너라면, 내 딸이라면 저너머 황홀히 빛나는 빛을 온몸으로 맞으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 그렇게 네가 가려던 곳으로 한 발짝. 딱 한 발짝 더 내딛어 주렴. "

그렇게 소녀는 현실의 무게를 딛고 한 발짝을 내딛었다. 소녀가 발을 내딛어 향한 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녀는 그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했을테니.  소녀의 삶을 소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그 선택을 평가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소녀가 조금 더 나은 삶을 마주하기를 멀리서 희망할 뿐이다


한줄평) 여운이 남는 웹툰입니다. 인간은 다 조금씩 선하면서 악하다는 대사가 기억에 남네요.


장점

  • 그리 길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 마음이 잔잔해지는 작화예요.
  •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그려져 있어 의미가 있습니다.
단점

  • 길지 않아서 작품을 빨리 떠나보내야 한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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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 작성자 : 김지수
  • 작성일 : 2020/03/29 -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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