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아침이 올 거예요. 그러니 괜찮아요.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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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그래요, 아침이 올 거예요. 그러니 괜찮아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official icon 그래요, 아침이 올 거예요. 그러니 괜찮아요.

이라하 작가가 저스툰에서 연재중인 작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전문가의 일상에 픽션을 섞은 작품이다. 정시나라는 주인공은 폐쇄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로, 환자들과 다른 동료들 사이에서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 그 중에는 거북이로 묘사되는 캐릭터가 나온다. 본인을 7서클의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폐쇄병동에 입원한 것은 마력이 봉인된 자신이 수련의 탑에서 마력수행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환자다. 이 캐릭터를 보면서, 나는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길 바랐다. 공부도 곧잘 했고, 주변 평판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게 아버지의 꿈이기 때문이었다. 나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늦은 사춘기가 왔고, 나는 내 길을 스스로 찾기로 했다. 아버지는 내가 자랑스러운 아들이길 바랐고, 적어도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는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긴 싸움이 있었고, 결국은 내가 이겼다. 하지만 아버지는 못내 아쉬웠는지 계속해서 내게 로스쿨 진학을 권하곤 하셨다. 그래서 몇 년 전, 아버지에게 물었다. “나, 그냥 아무나 되면 안될까?” 이건 어떤 선언이었다. 나는 당신의 헌신에 감사하고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보상품이 될 생각은 없다는 선언. 그리고 아버지와 논쟁을 벌였다. 

거북이로 묘사되는 캐릭터는 당연히 7서클 마법사가 아니라 사시에 7번 떨어진 장수생이었다. 사회의 시선, 나이는 먹어가지만 이뤄놓은 것은 없다는 불안감, 부모의 기대가 자신을 짓눌렀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캐릭터로는 첫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오리나’씨가 있다. 강남에 80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남편 직업은 판사에 집안은 금수저인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오리나는 조증에 걸려 옷을 벗어던지고 소변을 바닥에 질질 흘리며 춤을 춘다.


오리나씨의 어머니는 오리나씨가 먹고 체한 적이 있어서 먹지 않는 포도를 계속해서 사온다. 유기농으로 어렵게 얻어온 “좋은” 포도이기 때문에, 한번만 먹으면 다시 좋아하게 될 거라면서. 결혼할때 차를 두대나 사주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나씨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 부모의 헌신과 사랑에서, 정작 그 사랑의 대상인 오리나씨는 빠져 있었다. 때문에 오리나씨는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탈을 시도했고, 그 일탈에 지나치게 빠져버렸다. 아마, 그래서 자신을 감싸는 옷마저 집어던진게 아닐까? 모든 억압에서 탈출한 자유로움을 맛보았고, 그게 너무나 달콤했기 때문에.

거식증을 앓고 있는 친구도 있다. 원래는 공부도 잘 하고, 인기도 있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성적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아 살도 쪘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잃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버렸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음식을 굶기 시작한다. 댓글에는 사회학적으로 사회에 자신의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확인하고, 살이 빠지면서 주변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기 때문에 거식증의 원인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다른 작품인 <콘스탄쯔 이야기>에서도 주인공 김지민이 폭식증과 거식증을 오가는 이유와 같다. 여성은 성폭력과 성차별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자신의 피해를 설명하는게 거짓으로 취급받는 경험을 한다거나,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경력단절이 온다거나 하는 사회적 불합리를 겪는 경우가 많기 떄문이다.

경계선 지능장애를 앓고 있는 병희는 호감을 표시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회성도 부족해 결국 특수학교로 옮기게 된다. 주인공 정시나는 멋대로 병희가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버렸지만, 몇 년 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병희는 “일은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비행기 많이 봐서 좋다”고 대답한다. 병희의 꿈은 파일럿이었다. 우리는 멋대로, 남들이 꿈을 어떤 형태로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삶이 있듯이 그들에게도 삶이 있다. 우리와 형태가 다를 뿐.


아버지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보고자 한다. 아버지와 몇 년동안 내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다가, 얼마전 “내가 법관이 되었으면 좋았을까? 번역도 글 쓰는 것도 하다보니 힘드네.” 하고 말했다. 당연히 혼날 줄 알았으나, 아버지는 내게 “행복하게 잘 살면 됐다. 꾸준히 해. 꾸준히 하다보면 뭐라도 된다.”고 응원을 했다. 자신의 헌신을 제물로 아들을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아버지는 이제 없었다.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나에게 법관이 되라고 요구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만 하는 아버지는 없었다. 내가 나의 삶을 인정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던 때, 아버지는 나에 대한 시선을 바꾼지 오래였다. 아버지와 내가 서로의 삶의 형태를 이해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부모자식간에도 그런데, 하물며 남이라면 더 할 것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병은 본인들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사실, 모든 병이 그렇다. 하지만 정신병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곱지 않다. 본인이 나약해서, 의지가 약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태어났음에도, 하나의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려고 한다. 주인공 정시나의 경우에도 보편적으로는 유능한 간호사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내일의 아침이 오는 만큼 달라져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보다 삶은 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은 온다. 정신병동에도, 마찬가지로.



한줄평) '정신병자' 이 말에는 가치판단이 없다. 정신에 병이 든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편견을 덧씌운다. 그들의 삶은 우리보다 무가치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곳에도 아침이 온다. 편견은 우리에게 있다.


장점

  • 우리는 쉽게 차별하고, 차별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 몰랐던 사실들, 그리고 알아야 하는 것들.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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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 작성자 : 이재민
  • 작성일 : 2018/02/26 - 03:13
  • 소개글
2017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2019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평론공모전 기성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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