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박만정이 보여주는 암행어사의 민낯, 지식욕 끌어올리는 웹툰 <해서암행일기>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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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암행일기

인간 박만정이 보여주는 암행어사의 민낯, 지식욕 끌어올리는 웹툰 <해서암행일기>


해서 암행일기

official icon 인간 박만정이 보여주는 암행어사의 민낯, 지식욕 끌어올리는 웹툰 <해서암행일기>

유승진 작가의 웹툰 <해서암행일기>를 보면서 조금 공부를 했다. <해서암행일기>는 조선 숙종(제19대 왕, 1661-1720) 때 파견된 박만정(朴萬鼎)이라는 암행어사가 쓴 일기 <해서암행일기(海西暗行日記)>를 웹툰으로 그린 작품이다. 제목이 풍기는 역사성을 쉽게 넘길 수 없는 개인적인 성향 탓일까? “해서”는 지금의 황해도 지방을 일컫는 말이고, 원작은 제574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보물이라는 사실 등을 배웠다. 좀 더 찾아보니 국보니 보물이니 이런 말이 일제강점기에 시작됐고, 보물 제1호가 가치 있는 번호가 아닌 행정 편의상의 번호라는 점도 알게 됐다. <해서암행일기>는 이렇게 독자를 탐구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웹툰을 보던 스마트폰이 책으로 바뀌고 나도 모르게 지식을 정리하게 된 셈이다. ‘암행어사’라는 조선의 고유명사가 무엇인지,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로 부활하는 영웅이 왜 요청되는지 이번 웹툰으로 함께 알아봤으면 한다.

 

 


 

작가가 <해서암행일기>를 웹툰으로 만든 이유는 뭘까? 책 <해서암행일기, 박만정 지음·윤세순 옮김[서해문집]>의 역자 머리말을 읽어보면 알만하다. 물론 유승진 작가의 의도와 같을 순 없다. 하지만 암행어사가 고정관념에 갇혀 다양한 면으로 해석되지 못하는 점은 필자만 애석하게 여기는 일이 아닌 듯하다. 작가는 허구보다 사실에 근거해 서사를 이어간다. 박만정이 숙종에게 불려가 암행어사로 발탁되는 일부터, 그야말로 그의 일기를 있는 그대로 그려나간다. 가끔 튀어나오는 깨알 같은 유머도 더한다. 20화의 에피소드 ‘나그네’와 ‘그 말이 그 말’ 에서처럼 약간씩 버무려진다. 이 유머러스한 일화는 박만정이 차유령 고개를 넘을 때 행인과 나눈 일을 그린 것이다. 나는 정말로 박만정이 행인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는지 책을 찾아봤다. 에피소드마다 원작과 비교하고 싶은 재미가 발동한다. 익히 알려진 암행어사는 영웅처럼 나타나 탐관오리를 벌하는 이야기라 허구성이 크다. 권선징악의 플롯을 따랐다면 유승진 작가는 매우 큰 변화를 줘야 했다. 이것이 원작을 손대는 작가의 고민이다. 하지만 <해서암행일기>의 역사적 가치, 그리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 새로울 수밖에 없는 실상에 비춰보면, 작가의 서사적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암행어사 박만정의 일기는 그 시대 모습을 잘 그렸다. 보물로 지정된 이유도 다른 암행어사 관련 자료와 비교해, 조선 후기 시대상을 알아보는 좋은 자료이기 때문이란다. 왕에게 제출하는 레포트를 제외하곤 자유롭게 기록한 탓이다. 그래서 작품을 보는 포인트는 두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첫째, 암행어사는 슈퍼맨이 아니다. “암행어사 출두요!”라는 외침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없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인간’ 암행어사를 만날 수 있다. 갖은 고생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매우 인간적인 사람 박만정. 신분이 들통나면 안 되어 밥 먹듯 마을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고, 식량이 떨어져 백성에게 구걸 아닌 구걸도 한다. 제이티비씨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날 정도다. 연고 없는 집에 들어가 무턱대고 밥 달라는 박만정의 행실은 가끔 옹색해 보인다. 마을 깊숙이 찾아가 백성을 탐문하고 시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사. 말 그대로 암행이다. 두 번째는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비교하는 재미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볼 수 있겠지만, 책을 추천한다. 앞서 소개한 책과 함께 <암행어사란 무엇인가, 고석규 등 지음, 도서출판 박이정>도 찾아보길 권한다. 너무 깊이 파고들진 말 것. 한자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만화는 피곤해선 안 된다. 자료와 씨름하다 지치면 다시 만화로 돌아올 것. 매체를 넘나드는 건 독자 자유다. 자유를 누리다보면 어느덧 암행어사에 대해 상당히 알게 돼 웃을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다. 박만정이 암행어사가 된 이유가 작품에서 시원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불현 듯’ 암행어사가 된 게 아니라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숙종실록에 따르면 숙종은 정시가 아닌 불시에 암행어사를 파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여겼다). 암행어사로 차정되는 절차(숙종 이후 정조(1752-1800)때부터 기록된 일성록(日省錄)에 따르면 왕이 대뜸하진 않았다). 암행어사의 권위. 특히, 암행어사가 임무를 마치고 왕에게 보고하는 서계(書啓)와 별단(別單)에 적은 글을 보면 유승진의 글과 그림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올 것이다. 

 

 


 

유승진 작가는 <포천>, <한섬세대>, <오성×한음>처럼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여럿 발표했다. <한섬세대>는 오늘날 80만원 세대를 조선시대에 투영한 풍자물이었고, <오성×한음>은 추리물 팩션으로 소설 같은 작품이었다. 반면, <해서암행일기>는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 그리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마치 어려운 원문을 한글로, 한글을 다시 만화로 옮겨 대중에게 알리는 느낌이다. 작가가 앞으로 어떻게 그릴지는 모르지만 시간 순서대로 찬찬히 그려지는 박만정의 여정이 사뭇 새롭다. 당시 40대 중반에 암행어사가 된 박만정은 약 60여일 황해도 민심을 살피고 왕에게 돌아간다. 이미 정해진 결말을 작가는 어떻게 그려나갈까? 사실과 허구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의 만화적 상상력이 돌파구가 되겠다.

 

 


 

유독 고정관념을 싫어하는 이들이 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인데 "왜"라는 질문을 좋아한다. 이들에게 <해서암행일기>는 지식의 청량제가 될 거라 생각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보고 마블빠가 되듯, 이 작품을 보고 역사빠가 되는 셈이다. 암행어사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고 박만정에 몰입해보자.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것이다. 그 이야기는 진솔하고 재밌다. 2017년 5월, 새로운 대한민국 역사가 시작됐을 때 우리가 뽑은 리더는 인간적인 인물이었다. 역사는 늘 인물을 빚어낸다. 세상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암행어사 박만정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과도 소통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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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일
  • 작성자 : 새일
  • 작성일 : 2017/10/19 -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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