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외모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그림자를 닮은 제피가루 작가의 '몸'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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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외모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그림자를 닮은 제피가루 작가의 '몸'


official icon 돈과 외모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그림자를 닮은 제피가루 작가의 '몸'

평소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생각하던 연예인을 실물로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런 몸과 얼굴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법한 이 질문을 진지하게 풀어낸 판타지 스릴러 웹툰이 현재 투믹스에서 <몸>이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입니다. 이제는 <변호인>을 통해 천만 감독으로 알려진 양우석 작가와 자주 작업했던 제피가루 작가의 신작이기도 하죠. 제피가루는 웹툰이 막 태동하던 시기의 <브이>부터 <한성 1905>와 <봉이 김선달> 같은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안정적인 연출과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작가입니다. 과연 몸과 욕망에 대해선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었을까요?

 

 

 

 주인공 다르마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인 ‘빙의’를 통해 밥벌이를 하는 일명 ‘신체거래중재자’입니다. 자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영혼을 또 다른 사람의 몸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인 ‘빙의’를 이용해, 다른 몸이 필요한 사람에게 몸을 빌려주는 사업가 아닌 사업가죠. 한편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의 모습을 만족하지 못하던 미진은 다르마에게 찾아갑니다. 그리곤 다르마를 통해 완벽한 몸과 얼굴을 가진 여성 시현의 몸을 빌리기 시작합니다. 미진은 시현의 몸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에 눈이 멀고, 다르마에게도 수상한 손님이 찾아오면서 일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몸>의 초반 에피소드들은 다르마의 사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또 그 사업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들의 찝찝한 욕망을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선다는 흔한 설정은 마치 마약과 성매매같은 뒷골목의 색깔을 띄며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 사실상 같은 설정이지만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보여주는 애틋한 정서는 <몸>에선 찾기 힘들죠. 어디선가 날아와 악당을 물리치는 로봇 태권브이의 낭만을 비틀어버린 <브이>의 표현방식과 맥을 같이합니다. <몸>의 특수한 설정인 빙의를 잠시 걷어내면 무언가 익숙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당장 대행서비스나 인신매매가 떠오르는 <몸>의 이러한 분위기는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있으면서도 누아르 쪽에 한걸음 더 가깝습니다. 정작 주인공 다르마도 손님의 욕망을 이용해 자신의 제품(몸)을 획득하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누아르 장르 속 주인공들의 어둠을 닮았습니다. 그 어떤 선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세계와 몸에 대한 욕망, <몸>이 보여주는 세계는 짙은 검은색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웹툰 <몸>이 가진 매력이 단순히 어두운 톤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몸>은 자칫 뻔하게 흐를 수 있는 사건과 세계관을 다양한 인물의 시각으로 변주하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초반 다르마가 하고 있는 일과 ‘빙의’에 대한 소개를 고객인 미진이란 인물을 통해 전달합니다.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듯 미진에게 몸을 빌려준 서현, 그런 서현에게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고 ‘신체 거래’를 추적하는 형사 한영 등으로 이어지며 다음 진행에 대한 예측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인물들 사이에 지뢰밭처럼 터지는 사건들은 ‘인체 거래’ 자체에 대한 세계관으로 확장되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점입가경의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인물의 시각에서 보여지는 구성은 단순히 극을 이끌어가기 위한 장치로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몸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주선하는 사람과 규칙을 넘으려는 사람 등 웹툰 <몸>은 ‘신체 거래’에 대한 커다란 숲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 숲에서 각 인물에 대한 묘사는 일종의 나무처럼 보입니다. 호흡을 잘 조절한 연출에 이끌려 나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깊은 숲 속으로 들어와 있는 똑똑한 구조입니다. 아직 연재 중인 작품의 메시지나 주제의식을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몸>은 단순한 신체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충분히 낭만적일 수 있는 영혼과 신체의 이야기가 이토록 검디검은 것은, 돈과 외모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그림자를 닮아서라는 것, 아마 많은 독자들이 이미 눈치챈 부분일 겁니다. 몸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얽히고 설킨 이 커다란 부조리의 숲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해도 좋을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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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웅
  • 작성자 : 김 태웅
  • 작성일 : 2017/09/08 -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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