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독립만화는 위태로운 분야다. 어디에서 누가 만드는지도 알 수 없고, 관심을 갖고 쳐다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꾸준히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2020년의 독립만화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독립만화가 펀딩되는 주요 채널인 텀블벅에서 ‘만화’와 ‘그래픽노블’로 발매된 단행본을 찾아보았다. 

 

* 2019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독립만화

2019년 텀블벅의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 두 개의 카테고리에서 개인이 출간한 작품의 수는 총 32작품이다. 2019년 내내 한달에 약 2.6작품이 펀딩된 셈이다. 2019년의 가장 많이 주제로 다룬 것은 총 15편에 달하는 소수자서사였다. 가장 많이 펀딩이 이루어진 것은 5작품이 펀딩된 1월달이었다. 2작품이 펀딩된 6, 7월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고른 분포를 보였다.

2019년에는 <디나이얼 인생> 상, 하권을 펴낸 끝봄초여름과 <키프로스와 갈라테이아>, <세 사람의 소네트>를 펴낸 고요한 작가, <모지리> 2,3을 출간한 잇선 작가가 각각 2작품씩을 펀딩해 가장 많은 작품을 펀딩한 작가였다. 만화로 출간되어 가장 많은 펀딩을 받은 건 ‘문학, 에세이’ 분야에서 2019년 1월 2일에 1억 9천여만원으로 펀딩이 마감된 <탈코일기>였다. 하지만 텀블벅 내 ‘만화책’, ‘그래픽노블’로 한정하면 2019년 10월 7일에 펀딩 완료된 산호 작가의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이 8천 8백여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펀딩했다.

 

 


 

 

반면 2020년에는 ‘만화책’과 ‘그래픽노블’에서 개인 작가의 작품과 자유연재를 출간한 작품은 모두 80작품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2020년 가장 많은 금액을 펀딩한 작품은 팀 총명기의 비 로맨스 여성주연 출판만화 <여명기>였다. 4,455명이 참여해 1억 4천여만원을 펀딩해 2년 연속 1억원 이상을 모금한 독립만화가 탄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독자들이 웹툰의 압도적 성장세 속에서도 '독립만화가 보여주는 것'을 찾아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양과 질 모두 성장

 


 

2020년 펀딩된 작품의 분포를 보면 판타지와 일상이 각각 11작품, 자기고백서사가 10작품, SF가 9작품, 소수자서사가 8작품 등으로 나타나 2019년에 비해 굉장히 고른 분포를 보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독립만화 내에서 장르 편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특히 ‘그래픽 아트’로 분류할 수 있는 실험적 작품들의 등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이 분야는 작품의 서사보다 만화의 기호적, 회화적 성격을 활용해 이미지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실험적 작품들을 포함한다. 여기엔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NU COMICS>와 하호하호 작가의 <CIRCLES 2>등이 포함된다.

이런 시도는 '만화만의 표현'을 찾고, 또 독자들이 그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소위 '사이다 서사'가 중심이 되고, 이제는 '캐릭터 중심'의 소비가 대세라고 하는 때에 캐릭터를 아예 드러내지 않거나 배치하지 않고 만화의 표현 형식만으로 답을 찾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은 그 자체로 귀하다. 명쾌한 해답이 아니라 실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 안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실험적 만화들은 흔히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가 다 그렇지'라는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자극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9년

 2020년

 합계

 447,168,485

 675,384,207

 평균

 13,974,015

 8,442,303

 중간값

 2,357,000

 3,315,000

 

이처럼 장르적, 표현적 다양성을 만날 수 있는 매체로 분화하고 있는 독립만화는 작년에 비해 펀딩 금액에서도 긍정적인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작품의 펀딩 금액 총액은 4억 4천 7백여만원이었고, 작품당 평균 금액은 1,397만원, 작품별 모금액 중간값은 235만원가량으로 수익화에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모금액은 6억 7천만원가량으로 약 50% 늘었지만 작품당 평균 모금액은 842만원가량으로 크게 줄고, 중간값은 작년에 비해 95만원가량 늘었다. 작품 숫자가 늘면서 쏠림 현상은 오히려 어느 정도 줄어든 모양새다.

 

* 잡지의 재발견

 


 

다양한 형식만큼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태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이미 잇선 작가등이 선보인 것 처럼 시리즈를 따로 연재하고 펀딩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마음이 맞는 동료 작가들이 모여 잡지를 펴내는 일도 흔하다. 2020년에는 잡지 형태로 펴낸 작품 역시 5작품으로 크게 늘었는데, 전통과 관록의 <QUANG> 10호, 창작집단 '얼룩'의 만화잡지 <ERRLOOK>, 시각예술집단 바이브런트의 <방함록 단행본>, 창작집단 SAPA의 <SAPA vol. 1> "CLIPPERS"와 서서코믹스의 창간호다. 물론 텀블벅에서 가장 많이 발행되는 것이 바로 '창간호'인 만큼, '2호는 없다'고 선언한 <방함록>을 제외하고 내년에도 계속해서 이 잡지들을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형태로 다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독립만화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포스타입, 딜리헙, 인스타그램 등 자유연재처에서 연재 후 발매하는 것과 함께 잡지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독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질 수 있을지 눈여겨봐야 한다. 작품의 다양성만큼 독자가 작가를 만나는 방식의 다양성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은 2020년 오늘을 살아가는 창작자들에겐 너무나 중요한 고민이 됐다.

  

독립만화의 성장이 웹툰에 대한 관심이 늘어서인지, 코로나19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밝히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다양한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욕망과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자 하는 독자의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 여기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의 무한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작가들은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작가를 찾아온 독자들이 2020년의 독립만화를 키우고 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필요한 것처럼, 독립만화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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