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8일, 한국에서는 2년 1개월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습니다. 이제 마스크 착용 의무화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사라졌죠. 날씨도 좋아서 봄이 온 것을 자축이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뉴 노멀’이라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게 공원과 산과 들(?)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다행히 확진자 숫자도 줄어들고 있고, 한국은 감염병 등급을 수두, 홍역과 같은 2등급으로 낮추고 엔데믹 이후 풍토병화 된 세계, 그러니까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전략을 만들고 있습니다.

엔데믹은 말 그대로 ‘판데믹’의 끝이라는 말입니다. 감염병이 ‘종식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퍼질대로 퍼져서 이제 그냥 풍토병처럼 자리잡고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엔데믹이 되면 코로나19로 시작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와 같은 지침들이 필요 없어지는 겁니다. 코로나가 종식된 게 아니라, 그냥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QR코드도 사라지고,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면 ‘종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죠. 어찌 됐든 관리가 가능한 질병으로 자리잡았다는 말이니까요.

 

* 11년만에 처음으로 순 가입자 감소한 넷플릭스와 엔데믹

이렇게 좋은 소식에 날벼락을 맞은 곳들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웹툰과 그리 멀지 않은 분야들입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바로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19일(현지시각) 실적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현지시각 20일에는 주가가 하루만에 35.1% 폭락했습니다. 1/3이 단 하루만에 날아간 셈이죠.

 

  

주식 투자자들에겐 공포를 느끼게 할 그래프

 

19일 348.42달러를 기록했던 넷플릭스의 주가는 20일에는 246달러로 102달러나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연이은 이틀간 폭락한 넷플릭스의 주가는 40%에 육박합니다. 어마어마하죠? 이런 폭락의 이유에는 넷플릭스의 순 가입자 감소가 한몫 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수입원은 유료 가입자들의 구독료입니다. 

그런데 11년만에 처음으로 넷플릭스의 순 가입자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작년 1~3월대비 올해 1~3월 가입자 숫자가 20만명 감소한 겁니다. 넷플릭스가 11년동안 단 한번도 놓친 적 없는 우상향 그래프가 처음으로 꺾인 거죠. 마침 타이밍도 공교로웠던 것이,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3월 50개 주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고, 유럽 다수의 국가들도 마스크 착용 지침을 완화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64만명의 가입자가 줄었고,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30만명이 줄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투자자들은 생각하게 됩니다. ‘이거 엔데믹 오면서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가서 그런 거 아니야?’, ‘이제 아웃도어 활동에 투자해야 하는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방아쇠가 되어 ‘디지털 콘텐츠의 시대가 끝났다’는 해석으로 이어졌고, 지금이 고점이라는 생각과 함께 대탈출이 시작된 겁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감소의 이유로 가입자들의 계정 공유를 꼽았습니다. 넷플릭스를 친구들이 나눠서 가입해 사용하니까 그 숫자만큼 가입자가 줄었다는 거죠. 또한 OTT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어려워진 점도 이유로 꼽았습니다. 또 이번 1분기에 있었던 이슈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는데, 이 때문에 넷플릭스에서는 러시아에서만 70만명의 가입자를 포기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겹치면서 넷플릭스는 역대급 주가폭락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 판데믹의 시대, 콘텐츠는 호황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웠습니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특히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인들이야 타격이 적었다지만, 사람을 만나고 직접 서비스를 하는 업종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평소라면 잘 팔렸을 것들 것 팔리지 않았죠. 에디터의 지인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데,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1/10으로 줄었습니다. 광범위한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악재가 호재로 작용한 분야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바로 콘텐츠 분야죠.

그 중에서도 웹 콘텐츠, 비대면 시대의 즐길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주는 이 산업이 큰 수혜를 받았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넷플릭스의 주가 그래프나 픽코마의 성장 그래프만 봐도 이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300달러선이던 넷플릭스의 주가는 2020년 들어 500달러 밑으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습니다.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던 픽코마가 폭발한 시기는 2020년 2분기 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픽코마의 지난 3년간 보여준 ‘미친 성장률’은 2019년의 성장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래프가 두 배씩 성장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시대가 지난 2년간 콘텐츠 업계가 입은 수혜를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 한국 콘텐츠는 타이밍도 좋았죠. BTS라는 쇄빙선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편하게 한국 콘텐츠가 안착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을 무리라고 생각할 순 없겠죠.

웹툰 콘텐츠의 호황은 다른 문제들을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게 할 정도로 파괴적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웹툰 콘텐츠를 중심으로 확장한 IP들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D.P>와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이어지는 웹툰 원작 흥행 역시 팬데믹 이후에 볼 수 있게 된 현상이죠. 코로나19 이후, 웹 콘텐츠는 분명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 엔데믹과 불확실성

하지만 넷플릭스의 주가 폭락은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이틀에 걸쳐 40%가 폭락한 넷플릭스는 콘텐츠 시장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변혁의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동안 우리가 ‘뉴 노멀’이라고 불렀던 현상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죠. 실상은 어떨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비단 넷플릭스에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국내외 OTT 서비스를 포함한 게임 등의 콘텐츠 업체들의 주가가 계속해서 감소세에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특히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 1월 이후 3개월만에 30만원선이 붕괴되고, 29만원선까지 붕괴되면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 역시 10만원선을 회복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중국의 판호 문제 해소와 블록체인 게임 등의 기대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항공, 여행, 숙박등의 주식을 기대주로 꼽고 있죠. 하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주식시장의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선방’ 수준에서 견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엔데믹’ 선언이 있기 전까지는 이런 불확실성이 계속될 겁니다. 그리고 콘텐츠 분야에서는 ‘엔데믹’ 선언이 그렇게까지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점이 엔데믹이 멸망이 될지, 아니면 이전으로 시계를 되돌리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코로나 이전으로 시계가 완전히 되돌아가는, 콘텐츠 업계의 롤백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콘텐츠의 맛’을 본 이상 뒤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고, 붕괴 수준의 콘텐츠 소비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다만, 이전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만드는 것 : 재미

다행히 웹툰은 이런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콘텐츠 분야의 성장은 둔화될지 모르겠지만 투자는 이어질 텐데, 소위 ‘블록버스터’나 큰 규모의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금이 들어가는 작품에 눈이 가게 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웹툰과 웹소설 등의 웹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전보다 많이 가격이 올랐다고는 해도 웹툰은 타 콘텐츠 대비 확인할 수 있는 시간, 투자 금액으로 따지는 비용 모두 가장 적은 축에 속합니다. 영화는 보통 계약부터 크랭크인, 후반작업을 포함해 수년이 걸리고, 애니메이션 역시 1년단위 프로젝트로 회당 금액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웹툰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장에서 오히려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 확실한 건 딱 하나뿐입니다. 지금까지 모두가 크고 빠르게 성장하던 시대는 끝났으니,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는 거죠. 누가 더 많이, 빠르게 성장하는가 하는 경쟁에서 이제는 누가 생존하는가, 그리고 생존한 경쟁자들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가 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에디터는 지난 2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포럼’에서 이야기포럼 토론의 모더레이터를 맡았습니다. 거기서 네이버웹툰 사업팀의 이희윤 리더, 스튜디오드래곤의 송진선 프로듀서, 투유드림의 신도형 부사장,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두루픽스의 김현수 대표, 경남대학교 장민지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그리고 거인이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가 휘청이는 지금, 플랫폼과 제작사는 어떤 걸 준비해야 할지를 물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 분들은 모두 한 입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위기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다만, ‘재미있는 작품’과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전진하다 보면 지금 상황이 위기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어떤 상황이든 제작자, 제작사, 플랫폼 모두 ‘좋은 작품’에 갈증을 느낀다는 진리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죠.

 

우리는 어떤 세계를 살게 될까요? 정말로 웹툰 홀로 살아남아 독주하는 멸망 이후의 세계가 될지, 아니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세계를 맞이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초고속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는 겁니다. 그리고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 수요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 2년을 기회로 웹툰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이제는 정말로 실력으로 증명하는 길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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