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인앱결제가 점입가경입니다. 법 통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더니, 아직까지도 구글은 "응 안끝났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할 겸,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이 얘기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이면에는 무역 분쟁, FTA부터 별별 것들이 다 들어있는 거대 이슈기도 합니다. 그리고 ‘플랫폼 산업’이 순차적으로 치르게 될 그림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운지, 그리고 지금 상황은 어떤지 알아봅시다.

 

* 인앱결제가 무엇이냐?

 
에디터가 쿠키를 살때의 화면.png

자, 인앱결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죠. 만약 독자님이 아이폰을 쓰고 계시다면, 이미 인앱결제를 하고 계신 겁니다. 아이폰에서 결제를 하면 앱 안에서 바로 결제가 됩니다. 이게 바로 ‘인-앱 결제(In-App Purchase)’ 입니다. 앱 내에서 결제가 된다, 이 말이죠. 애플은 처음부터 모든 콘텐츠를 인앱결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한동안 유행했던 심리스(Seamless)한 경험을 위해 선택한 결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좌측은 PC 결제 화면, 우측은 앱 결제 화면

 

문제는 이렇게 인앱결제를 하면, 수수료가 30% 발생한다는 겁니다. 수수료는 결제액의 30%입니다. 만원을 결제하면 3천원이 수수료죠. 그래서 애플에서 결제를 한 쿠키는 다른 쿠키보다 20% 비쌉니다. 심지어 개수도 달라요. 5,900원을 내고 애플에서 결제하면 쿠키는 49개, 하지만 PC나 안드로이드에서 결제하면 5,000원에 50개를 줍니다. 21,000원을 내면 애플에서는 175개지만, 안드로이드와 PC에서는 2만원에 200개를 살 수 있습니다. 만약 ‘구글 인앱결제’가 강제화되면, 독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붙어 가격이 오르고 더 적은 쿠키나 코인을 사게 될 겁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정하지도 않은 것 때문에 소비자의 가격 저항과 불만을 받아내야 하겠죠. 거기에 매출의 30%가 수수료로 빠지게 되니 매출에도 직격탄을 받습니다.

그러면 이걸 왜 한다는 걸까요? 애플은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이유를 크게 세가지를 꼽습니다. 첫번째는 보안. 즉, 애플 내에서 이뤄지는 결제는 애플의 닫힌 계 안에서 보호받기 때문에 해킹에서 안전하다. 두번째는 앱 안정성. 애플은 다른 앱스토어보다 엄격한 앱 심사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게임들의 런칭이 안드로이드가 더 빠르고, 애플은 늦는 경우가 많죠. 세번째는 환불과 소비자 응대. 결제를 자기들이 담당했으니, 애플이 환불 처리와 같은 소비자 대응을 하기 위한 유지비용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여기까지가 애플이 먼저 주장했고, 구글이 따라가고 있는 ‘인앱결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구글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 사건의 발단 :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통보, 그리고 ‘지대추구’

먼저 사건의 발단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구글이 2020년 하반기 게임에만 적용되어 있던 인앱결제 의무화를 모든 콘텐츠에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논란이 됐습니다. 인앱결제를 적용하면 수수료율 30%가 갑자기 생기니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들, 그러니까 웹툰 플랫폼을 비롯한 곳들의 가격정책이 바뀌게 되고, 이건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애플에는 별 말이 없었으면서 구글에는 이렇게 논란이 된 걸까요?

 

  

 

애플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국내 주요 앱마켓 중 꼴찌입니다. 10% 선을 오락가락 하고, 국내 자체개발 앱마켓인 원스토어보다 낮죠. 반면 구글의 점유율은 아무리 낮아도 70%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애플은 ‘아이폰을 쓰기로 한 사람’이면 당연히 따라오는 생태계지만 안드로이드는 삼성을 쓰건, LG(아디오스…)를 쓰건, 화웨이나 샤오미를 쓰건 안드로이드라는 거대 생태계 안에 포섭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플랫폼이 절대적 힘을 가지게 되면, 다른 통로가 없는 상황에서 수수료를 걷습니다. 이걸 지대추구(Rent-Seeking)이라고 합니다. 자릿세를 받기 시작하는 거죠. 여기가 아니면 장사가 안 되니까.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기기부터 iOS, 앱스토어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제공하는 대가로 30%의 수수료를 받아갑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 OS, 구글 플레이스토어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충분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판단하자 자릿세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애플이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시장을 제외하면, 안드로이드가 더 많은 앱마켓 점유를 보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글로벌 플랫폼에서 애플 외의 대안이 없는 지금 구글은 ‘이제 자릿세 내시오!’라고 말하고 나선 거죠. 그래서 구글은 2020년부터 인앱결제 의무화를 선언하고 30% 수수료 징수를 통보한 겁니다. 당연히 반발은 시장 점유율만큼 거셌겠죠. 그게 ‘주류’니까요.

 

* 입법 과정 : 미국 대선이랑 우리나라 입법이 뭔 상관이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우리나라는 발빠르게 대응했습니다. 2020년 8월, 즉각 국회가 움직여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즉 ‘구글갑질방지법’을 발의합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죠. 그리고 같은 달, 과기부에서도 실태조사에 나섰습니다. 

민간에서도 대응을 시작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구글코리아도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가 방통위에 진정서를 제출합니다. 때문에 구글은 “우리도 인기협에 가입되어 있는데 우리 의견은 듣지도 않는다!”라면서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을 모아 ITI코리아라는 단체를 따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9월, 구글은 “계획대로 인앱결제 의무화를 진행한다”고 공식 발표합니다. 10월에는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 “한국 정부가 인앱결제 정책을 법으로 막는다면 구글은 법을 준수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되면 이용자와 앱 개발사가 부담을 지도록 하는 사업모델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발언합니다. 이쯤 되면 정말로 한번 해 보자는 걸로 해석할 수 있겠죠.

이 과정에서 구글갑질방지법이 야당의 ‘졸속입법’ 우려로 한번 주춤합니다. 큰 사이즈의 법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정쟁화 시키려는 움직임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구글 역시 2021년 1월부터 시행하려던 걸 10월로 미뤘습니다.

 

  

 

이 상황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였습니다. 이미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구글을 규제하면 혹시라도 무역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이 국회를 방문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고, FTA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입법이 예고된 대로 진행될 경우, 미국의 반응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2020년 11월, 조 바이든이 당선됩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은 IT기업의 수수료 문제와 노동 문제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이 우세인 주정부들에서는 에픽게임즈vs애플스토어 사건과 더불어 앱스토어의 일괄적 수수료 30% 부과 문제를 규제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천만다행이라고 할까요? 미국의 대선 결과가 구글갑질방지법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는 동력 중 하나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21년 3월, “100만달러(약 11억원) 미만의 수익에 대한 수수료는 15%로 깎고, 그 이상은 30%를 걷겠다”고 나섰습니다. 구글은 그러면서 “전세계 개발자의 99%는 100만달러 미만의 매출을 낸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의 경우, 웹툰만 해도 일 거래액 20~30억원이 넘는 곳도 나오는 판입니다. 또, 전체 거래액의 대부분이 상위 5% 개발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인 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구글은 2021년 6월 “구글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서, 영상, 오디오 등 ‘미디어’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에게는 수수료를 15%만 걷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기한을 정해놓은 프로모션 형태고, 구글이 원하면 언제든 임의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당연히 인기협을 비롯한 단체들은 시큰둥했죠.

 

  

라는 내용의 국뽕 유튜브 추천좀(자작 짤방임)

 

그리고 마침내 2021년 8월, 전세계 최초로 앱마켓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합니다. 에픽게임즈의 CEO 팀 스위니는 “전세계 개발자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며 한국의 IT공룡에 대항하는 법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애플도 이례적으로 공식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개정안이 앱스토어 구매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수수료를 받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수수료 30%가 과도한데다 소비자의 선택권, 즉 결제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말은 붙이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국뽕의 순간이었죠.

 

* 구글의 꼼수 : 우리가 준것만 써야 하지만 선택권은 준거라구?

그런데 국뽕은 짧고 꼼수는 길었습니다. 2021년 11월, 구글은 출판협회와 손을 잡습니다. 구글코리아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상생협의체’를 만들었다면서, 콘텐츠 업계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말했죠. 하지만 회의가 몇차례 개최되었고,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모두 비밀에 부쳤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 전자출판협회의 게시판에 재밌는 공지 하나가 올라옵니다. “구글 앱마켓 첫 3자결제 나왔다… 스타트는 웹툰 플랫폼”이라는 공지였죠. 그 웹툰 플랫폼은 전자출판협회 소속의 미스터블루였습니다. 미스터블루는 구글이 제공하는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를 도입했고, 그것이 제3자 결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구글이 1달 뒤인 3월에 선보인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도입한 것에 불과했지만, 마치 구글이 ‘외부 결제’라는 선택지를 준 것처럼 말한 겁니다.

구글은 이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를 쓰게 하는 대가로 수수료 26%를 받아갑니다. 플랫폼 입장에선 4%p 낮아진 수수료를 제외하면, 사실상 매출의 1/4를 수수료로 제공해야 하는 점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 미디어 제공 프로그램 등을 덕지덕지 붙여서 수수료를 ‘할인’ 받는다고 해도, 구글이 언제든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 구글의 “법 지키겠다”는 말이 전부가 아닌 이유

당연히 구글이 이렇게 꼼수를 부리자 여론이 악화됐습니다. 여론 악화뿐 아니라 주무기관인 방통위가 유권해석을 내놓기로 했고, 네이버-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인기협도 방통위에 유권해석을 요구했습니다. 유권해석은 권한을 가진 기관이 구속력을 가지고 법안을 해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구글갑질방지법을 다루는 기관이 방통위고, 그 방통위에서 권한을 가지고 법을 해석해달라고 요청한 거죠.

4월 5일, 방통위는 “구글의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는 웹 등 아웃링크를 통한 결제를 제한하므로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이 나온 후, 재밌게도 출판협회가 나서서 구글을 방통위에 신고했습니다. 상생협의체가 잘 안 된 모양입니다. 하지만 방통위는 법원이 아니기 때문에 구글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으로 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구글은 13일, 윌슨 화이트 공공정책부문 총괄을 방통위로 보내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화이트 총괄은 “구글은 그간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구글의 정책을 반기지 않는 앱 개발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개정법 준수를 위해 방통위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이 처음으로 ‘법을 잘 지키겠다’고 말한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을 믿고 구글이 변화하기를 기다리는 건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애플이 방통위에 지속적으로 제출하고 있는 개선안에는 구글과 똑 같은, 그러니까 ‘애플이 제공하는’ 인앱결제 우회 통로 하나만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아까 말한 것처럼, 최악의 상황은 구글과 애플이 만든 ITI코리아 등을 통해 ‘구글갑질방지법 무효’라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겁니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판단하겠죠. 물론 그렇게 되면 우리의 홈 그라운드니까 우리가 유리합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구글도, 애플도, 심지어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방통위원장을 찾아가 ‘규제좀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가장 확률이 낮은 가능성으로는 구글이 구글코리아를 폐업처리 하고, 싱가포르 등 아시아 총괄사업부가 있는 곳에서 ‘한국어 서비스’만을 제공하면서 규제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는 규제 방법이 없이 서비스를 막을 수도 없게 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이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그렇게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임라인을 알고 보면, 그래도 관련 뉴스들을 이해하실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쭉 준비를 해봤습니다. 혹시라도 이번 ‘구글갑질방지법’ 논란에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에디터에게 물어봐 주세요. 그럼, 저는 다음 칼럼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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