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시 돌아왔습니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당신을 위해 에디터가 차근차근 살펴본 '바쁘다바빠 현대사회' 시리즈의 AS편입니다. 오늘은 블록체인과 NFT에 대해서 알아볼 겁니다. 이종범 작가를 시작으로 웹툰 작가들의 NFT 판매가 있었고, 그 중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을 비롯한 일부 작품들의 NFT는 재거래가 일어나는게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NFT는 꽤나 창작자들의 삶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 단서 중 하나가 바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최근에 소셜미디어에서 에디터는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판매한 적 없는 그림이 NFT 마켓인 오픈씨에 버젓이 올라가 있고, 심지어 소셜미디어에서 홍보까지 하고 있었다고 하죠.
그뿐 아니라 30일에는 스마트조이에서 개발한 성인용 수집형 RPG ‘라스트오리진’의 일러스트가 회사와 상의 없이 NFT로 발행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 NFT는 해외 퍼블리셔인 PiG의 방콕 지사의 법인에서 일했던 전 직원이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PiG의 방콕 법인은 2020년 청산되어 지금은 없습니다. 그래서 개인 신분이 된 전 직원이 무단으로 NFT를 발행한 겁니다. 지금은 이 NFT가 삭제됐지만, 스마트조이와 라인게임즈는 법무팀을 동원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소울워커’를 도용한 가짜 NFT가 판매되는 등 게임, 일러스트 등의 콘텐츠 분야에서 NFT를 무단 발행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에디터는 이미 한차례 NFT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개념에 대한 소개였다면, 이제는 NFT의 의미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법 : 웹 3.0의 시대
NFT를 이야기하기 전에, NFT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부터 살펴보죠. ‘공인인증서’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일단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심연의 빡침? 지원사업 좀 해보신 분들은 웃고 계시죠? ‘e나라도움’하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지옥불에서 끓인 용암을 들이켜는 기분이 드시지 않나요? 우리는 왜 이런 고통속에 살아가야 할까요? 내가 낸데, 왜 나를 못 알아보고 뭐 깔라는 건 왜 이렇게 많고, 그러고도 다시 껐다 켜야 하고 아주 난리를 치는데 도대체 이런 짓을 왜 하는 걸까요? 문제 속에 답이 있죠. 우리는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 위해 그 난리를 치는 겁니다.
자, 최초의 인터넷을 생각해 보죠. 인터넷은 무언가를 ‘쓰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은 최초에 군사용으로 개발됐고, 일방적으로 문서, 정보를 전달하는 공간이었거든요. 동일한 권한을 부여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받고,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사람은 읽기만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어떤 정보를 찾아서 읽을 수만 있는 시기, 이 시기를 ‘웹 1.0’ 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다가 웹 2.0의 시대가 되면, 읽기만 하던 사람들이 콘텐츠를 ‘게시할 수 있게’ 됩니다. 읽기만 하던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쓸 권한’이 부여되는 거죠. 이게 바로 웹 2.0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지금 시대가 웹 2.0이 발전한 시대라고 볼 수 있죠. 플랫폼 안에서 누구나 콘텐츠를 쓰고, 그걸로 팔로워를 얻기도 하고 유명해지기도 하고 그럴 수 있는 시대.

 
웹 1.0과 웹 2.0의 개념도. 웹 3.0은 여기에 '온라인상 소유'의 개념이 더해집니다.

이때부터 조금 복잡해집니다. 읽기만 하던 시대에는 ‘쓸 사람’ 몇 명만 권한을 주면 됐는데, 읽고 쓰는 시대가 되면 ‘쓰는 사람’들을 구분해줘야 합니다. 제가 팔로워 백만짜리 아이디를 마음대로 쓰면 안되잖아요? 근데 왜 그러면 안 되는 걸까요? 바로 온라인 상의 가치가 현실 세계의 재화가치로 교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조금 더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이걸 웹 3.0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웹 3.0에서는 웹 2.0보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제는 진짜 돈이 걸려 있으니까요. 이 중요한 정보를 누구한테 맡기지? 하고 생각해보니까 일단 현실세계에서는 그걸 대부분 국가와 커뮤니티가 해결합니다. 일단 태어나고 출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고, 그렇게 그 아이는 자라나면서 가족과 친구들을 알아가고,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나’임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자라날 겁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다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 ​‘블록체인’은 왜 주목받는가 : 정보를 쪼개서 저장한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온라인 국가가 세운 행정부가 생겨나는 것일까요? 그럼 그게 털리면 어떻게 할 건가요? 지금 우리나라 행정부가 관할하는 정보를 장악하려면 세종시 정부청사를 싹 장악해야 합니다. 그러고도 도청, 시청, 군청, 동사무소에 보관중인 문서들을 모두 장악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하죠.
실제로는 다른 방법이지만, 바로 여기서 블록체인의 힌트가 나옵니다. 분산해서 저장하는 거죠. 정보를 아주 잘게 쪼개서 해당 블록체인에 접근한 사람들 모두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그들 모두가 ‘네가 너임을 보증하는’ 보증인이 됩니다. 마치 주민등록증을 보면 국가가 보장하는 ‘나’임을 한번에 알 수 있는 것처럼, 정보를 쪼개서 나눠준다.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입니다.

둘리는 부천 명예시민이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아무튼, 신분증은 '국가가 보증하는 너님 증명서'입니다.

더군다나 모두 코드로 저장하기 때문에 다른 기능들을 넣을 수도 있죠. 신분증에 나의 건강정보를 넣을 수도 있고, 비상연락망, 이력서, 심지어는 블록체인에 등록한다면 친구 목록, 이웃 목록, 학교 앨범같은 것은 물론 내 자산 관리를 위한 계좌 등록도 가능합니다. 털리면 어떡하냐구요? 이론적으로 블록체인을 ‘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블록체인에 연결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각자 나눠가진 이 코드를 모두 뚫어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블록체인이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겁니다.

* ​NFT : 블록체인을 이용한 거래 도구
자, 그럼 이제 다시 NFT로 돌아와보죠. NFT는 블록체인으로 발행하는 토큰입니다. 그런데 이제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 비트코인 1개는 다른 비트코인 1개와 당연히 같은 코인이지만, NFT는 일련번호가 다른 피규어 같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0001번 피규어와 2347번 피규어는 당연히 가치가 다르겠죠? 0001번 피규어는 그냥 제작자가 가지고 있었지만, 2347번 피규어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가지고 있었다면? 또 가치는 달라질 겁니다.

 

위에 보이는 이미지는 1977년에 발매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비완 케노비 피규어입니다. 영화가 나오기도 전에 발매된 피규어여서, 원래 오비완의 라이트세이버는 푸른색입니다. 그런데 여기선 노란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피규어는 하나당 가격이 8만달러(한화 약 9700만원)에 육박합니다. 실수로 나온 거지만, 두번다시 나올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실수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걸 신분증에 대체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대체가 불가능한 인간이고, 그걸 증명하기 위한 신분증이 있습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집니다. 여기에 NFT는 '토큰’이라는 개념이 더해졌습니다. 블록체인으로 보증되는 '나'의 자산을 사고 팔았다는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도구죠.
하지만 아무 기능이 없는 피규어와 달리 NFT 안에 코드를 심어놓을 수 있고, 그 기능을 사고팔수도 있죠. 이걸 이용해서 이미지, 영상, 짤방, 역사적 순간 등등을 모두 팔 수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NFT를 ‘짤방 거래용 도구’로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또, NFT와 웹툰이 가까이 붙어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NFT 안에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으니, 이미 커뮤니티가 형성된 웹툰 독자를 위한 NFT를 발행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확장된 것이니까요. 
사실 NFT는 거래를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많은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쨌든, NFT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거래하게 될 많은 수단 중에서 가장 빨리 유명해진 도구 중 하나로 기록될 겁니다. 누구나 NFT를 등록해 판매할 수 있죠.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 ​블록체인 : 더 많은 사람의 참여가 필요해
자, 블록체인은 국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라는 중앙집권화 된 권력을 해체하고, 모두가 조금씩 책임과 권리를 모두 나눠 갖는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그걸 ‘탈중앙화(脫中央化, decentralization)’라고 부릅니다. ‘탈중앙’ 이 의미가 있으려면, 결국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게 조금 안타까운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 비트코인의 사례입니다. 채굴과 희소성이라는 개념은 혁신적이었는데, 그게 다른 교환가치를 가지지 못하고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 남았다고 볼 수도 있죠. 또, 모두가 동일한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현금’을 넣은 사람이 더 많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그걸 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취지와는 조금 다르죠. 많은 사람을 모았지만, 결국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로 흘러가 버렸으니까요.
그래서 블록체인에서는 ‘더 많은 사람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는 말은 블록체인에선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감시하고 기록할 사람이 늘어난다는 걸 뜻합니다. 이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NFT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일화된 표준이 아직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쓰면 쓸수록 유리하고, 더 많은 사람이 쓰면 결국 NFT도 교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현금 외에 다른 교환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 ​참여하기 싫은데요? : 신뢰도와 NFT
그러려면 결국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곳, 즉 플랫폼의 신뢰도가 중요합니다. 그걸 믿을 만해야 내가 가서 쓰지, 믿을 수 없으면 누가 쓰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도용한 콘텐츠를 판매한 NFT 마켓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옵니다.
일부 NFT 거래소 이용자들은 불법으로 콘텐츠를 도용당한 작가에게 “NFT를 직접 원작자가 판매하면, 원작자의 작품을 거래할 테니 자연스럽게 도태된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최초에 발생한 피해, 즉 콘텐츠 도용이라는 피해를 모른척하는 태도죠. NFT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먹는 효과를 만들게 됩니다. 더군다나 이미 피해를 받아서 해당 거래소에 신뢰가 없는 사람에게 ‘들어오라’ 고 말하는 건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조금 두고 보기로 마음먹은 창작자나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용자들에게 “NFT를 직접 발행하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왜 그렇게 안하냐?”고 묻는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물론 이건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겠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극단적인 것들이 눈에 띄기 마련이죠. 바깥에서 보기엔, 가족과 국가도 선택할 수 있는 21세기에 선택권 없이 ‘도둑질 당했으면 직접 들어와서 막아라’ 라고 말하는 건 좀, 야만적이긴 하죠.
그래서 가장 큰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에서는 저작권 위반 판매자에 대해서는 판매 중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나 각종 외부 링크를 걸 수 있는 방법 역시 여러가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자가 도용당한 것이 자신의 작품임을 증명하려면 자신의 서명, 그리고 자신이 만든 콘텐츠임을 증명할 수 있는 URL 등을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다시 문제가 시작됩니다. 내가 나임을 어떻게 증명하는가? 이걸 증명하려면 다시 플랫폼 신뢰도의 문제로 회귀합니다. 이미 내 작품을 도용한 사람이 활개치는 플랫픔을 뭘 믿고, 거기서 내가 나임을 증명하겠느냐? 는 질문이죠.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돌아옵니다. 이 플랫폼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픈씨와 같은 플랫폼은 물론, 블록체인과 NFT를 중심으로 모인 커뮤니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구축에 유리하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안전한 곳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테니까요. 그래야 블록체인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가 해결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각자 독립된 개인임을, 서로가 서로를 보증함으로써 인증하는 것.
먼저 보다 적극적인 저작권 침해 NFT 발행 대응(계정 정지, 저작권자 피해액 보상 등)이 있지 않고서는 도용당한 창작자들이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플랫폼의 책임만 이야기 하기엔, 블록체인은 '공동운명체'로 이어지니 커뮤니티의 반응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블록체인과 그걸 기반으로 한 NFT(주로 거래와 거래액이)는 한동안 주목받게 될 겁니다. 거기에 이미지라는 효과적인 도구를 가지고 있는 웹툰은 찰떡궁합으로 붙어 다닐 겁니다. 웹툰 독자라는 커뮤니티가 블록체인으로 흡수된다면 안정적으로 플랫폼 신뢰도와 유저들을 흡수할 수 있을 테니, 웹툰 플랫폼이 직접 블록체인과 NFT를 활용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이 문제겠네요. 혹시라도 이번 칼럼의 내용에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에디터에게 의견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 칼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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