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이번 대선은 많은 변화를 가져오거나, 또는 많은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가 박빙으로 결정됐기 때문도, 여야가 바뀌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냥 민주주의는 원래 그런 거니까요. 갑자기 왠 정치 얘기냐, 싶으시죠? 정확하게 얘기하면, 오늘 할 얘기는 정치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책 얘기이기는 합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언급한 공약, 또는 웹툰 분야의 쟁점사항 중에서 당선인의 입장이 드러난 곳을 모아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거든요.

자, 웹툰계의 주요 쟁점 사항으로는 정책 부문에서 도서정가제, 웹툰/웹소설 고유식별체계 도입, 산업 부문에서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 MG와 표준계약서 문제, 입법 부문에서는 저작권법 개정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 모두 만화-웹툰 문화를 향유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정책, 그리고 실제로 일하고 있는 작가와 프리랜서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 또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현재의 웹툰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도서정가제 : 웹툰, 웹소설 포함에 부정적 / 개정 필요

그간 출판계는 웹툰의 ISBN을 발급하라고 권고하고, 정가표시를 의무화하라며 도서정가제 도입을 일방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면서 대형 플랫폼의 횡포로부터 중소 플랫폼을 지키겠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도서정가제를 도입하면 이미 정가로 쿠키, 코인, 대여권, 구매권 등의 재화를 판매하는 대형 플랫폼에 비해 슬라이딩 방식(결제 액수가 커질수록 추가제공 재화가 늘어나는 방식)을 채택하는 많은 중소플랫폼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인쇄물의 쇠퇴로 위기를 맞은 출판계가 최근 떠오르는 웹툰-웹소설계를 자신들의 시장에 포함시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출판계의 일방적인 요구에 이해관계가 얽힌 중소 플랫폼은 큰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웠습니다. 중소 플랫폼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정작 중소 플랫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거죠.

결국 출판계 위주로 논의되던 도서정가제 검토 민관협의체에 웹툰, 웹소설계가 참여하게 되면서 이런 내용이 본격적으로 알려졌고, 2020년 11월 일단 웹툰, 웹소설에 도서정가제 전면 도입이 유예됐습니다. 3년 주기로 재검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당선인의 입장은 어떨까요?

당선인은 도서정가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도서정가제의 일부 긍정적 기능, 그리고 최초 도입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당선인 측에서는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는 범위와 최대 15%(가격 10%, 포인트 5%)할인은 많은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게 하는 정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도서정가제가 웹툰, 웹소설을 포함하는 것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출판물과 전자출판이 다르고, 웹툰과 웹소설도 유통 환경이 완전히 다른데 출판물을 기준으로 세워진 도서정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겁니다. 당선인의 임기는 2027년까지 5년간인데, 2023년에 한번, 2026년에 또 한번 도서정가제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

 

2) 웹툰/웹소설 고유식별체계 도입 : 도입 긍정적 / 면세혜택 고려

도서정가제 논의에서 ISBN 발급과 관련, 쟁점이 치열하게 불붙었던 이유는 면세혜택 때문입니다. 출판업은 우리나라에서 면세사업자로 분류되거든요. 그래서 출판계에서는 “면세혜택을 받으려면 ISBN을 발급받고 정가표시를 지켜라”라고 말했던 거고요. 하지만 연재형이 기본인 웹툰과 단행본이 기본인 출판은 논의의 출발점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웹툰의, 나아가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별도 식별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고, 다행히 여야 모두가 여기에 긍정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세부적인 내용을 합의하고, 식별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지면 제도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UCI. UCI에 대해선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선인은 웹툰/웹소설의 독자적인 분류식별체계 도입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출판물의 형태와 유통방식이 다름에도, 웹툰/웹소설에 ISBN을 부여한 것은 전자 콘텐츠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제도적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당선인은 웹툰/웹소설 분야 산업 특성에 맞는 고유 분류체계를 만들고, 연재방식에 맞는 식별체계를 만들고, 연재분이 묶여 전자책으로 출간되면 전자책과 동일하게 ISBN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부분은 쟁점이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된 논의로 여야 모두가 웹툰과 웹소설의 고유 식별체계 도입과​ 면세혜택까지 고려(출처: 뉴스페이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판계는 지속적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도서정가제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정책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은 다행입니다.

 

 

3)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 : 정부의 개입보다 경쟁 유도

당선인은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에 있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문화예술노동연대와 웹툰작가노동조합이 대선후보들에게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규제 강화로만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여기에 “독립적 사업자들에 단체교섭권까지 부여할 경우 부작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독립적 사업자’란, 개인사업자인 플랫폼 노동자를 말합니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들이 단체교섭권을 가지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플랫폼 사업자,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소비자 등의 자율적 상생 방안이 있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지난달 출범한 웹툰상생협의체처럼 당사자들이 모여서 자율적 상생기구를 만든다면 그걸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웹툰계에서는 웹툰상생협의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당선인이 이야기하는 ‘우선적으로 모색할 방법’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기구가 생겨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테니까 말이죠. 그러니까, 웹툰상생협의체가 적절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내고, 그걸 받아들이고 토론할 수 있도록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지켜보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커졌다는 얘깁니다. 물론,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정부 기구, 즉 문체부의 역할도 중요해졌습니다. 문체부가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테이블이 제대로 작동하겠죠?

그러면서 당선인은 “수수료 문제 완화의 가장 좋은 방안은 플랫폼 간 수수료 인하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현재 대형 플랫폼이 시장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플랫폼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억제 없이 경쟁이 발생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4) MG/표준계약서 : "작가가 창출한 부가가치에 상응하는 대우 받아야"

당선인은 “2021년 예술인실태조사 결과 표준계약서 사용은 이전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예술계 전반의) 표준계약서 사용률은 66% 수준”이라고 말하면서 “예술활동 형태별 표준계약서의 개발, 개선 및 의무화가 정착되도록 정책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계약서의 개선기간을 기존 2년에서 더 단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 분야는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표준계약서 개정이 늦어지면 실용성이 없어진 표준계약서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불어 계약서를 검토할 수 있는 기구들이 늘어난 만큼 이를 활성화하고, 동시에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MG 문제에 대해서도 “작가가 정보를 알기 어렵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며 “MG의 차감 방식 등에 따라 작가가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웹툰작가노동조합은 윤석열 당시 후보와 심상정 후보 캠프만이 유일하게 MG제도에 대한 정확한 자료와 추가 설명을 요청, 웹툰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직접 닿을 수 있는 웹툰상생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당선인측은 “작가가 창출한 부가가치에 상응한 정당한 대우와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개정,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예술계 전반의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공약을 통해 예술임금채권보상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술임금채권보상제도는 사업주가 파산할 경우 퇴직 근로자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 퇴직금, 휴업수당을 정부에서 대신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걸 고용관계만이 아니라, 용역관계와 같은 프리랜서 계약에도 확대할 수 있을지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5) 알고리즘 공개 의무화 : 반대

최근 플랫폼이 엄청난 성장을 거두면서, 플랫폼이 가져가는 데이터가 곧 돈이 된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특히 뉴스의 추천 서비스 등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알고리즘 공개 의무화 논의가 벌어졌습니다. 만약 알고리즘 공개 의무화가 시행된다면, 웹툰 플랫폼에서는 웹툰 추천 목록을 선정하는 기준이 되는 알고리즘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당선인은 알고리즘은 플랫폼의 경쟁력 원천이기 때문에 공개 의무화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근로감독 때 점검하면서 수색영장을 발부하듯 공개 명령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둘 수는 있다고 밝혔습니다. 알고리즘을 상시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근로감독 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정부가 공개를 명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상적으로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마치 세무조사처럼 찍어내기를 위한 알고리즘 공개 요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 CP사 등 이해관계자들에게는 NDA(비밀유지조항)를 전제로 공개한다던지 하는 방안이 추가로 연구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 지켜보고, 논의에 참여하고, 논쟁해야

자, 지금까지 주요 쟁점사항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갈등은 당사자들, 즉 플랫폼-계약 당사자를 중심으로 유저들이 모일 수 있다면 함께 논의해서 해결하는 모델을 지지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필요한 예술인들의 교섭권을 기본적으로 찬성합니다. 이를 위해 노사정 협의를 거치고, 예술인권리보장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예술인조합이 공동교섭이 가능하다는 근거조항이 있으므로 충분한 교섭권을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대신, 플랫폼의 규제보다는 경쟁 촉진을 활성화하겠다는 논지입니다.

정말 하나마나한 이야기고, 고루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당사자인 웹툰작가와 플랫폼, 그리고 제작사(CP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웹툰상생협의체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거고요. 웹툰작가들 역시 교섭권을 기르기 위해 IP를 중심으로 모여 결성하는 저작권 신탁단체 등 실질적인 힘을 가진 단체가 필요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플랫폼은 점점 커져가는데, 작가는 파편화되어 있다면 교섭 자체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죠.

민주주의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언뜻 보면 불합리해 보이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역대 민선 대통령들의 공약 이행률은 40% 가량입니다.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하는데, 과연 여기에 나온 공약들은 당선인이 책임질 수 있을까요? 우리도 유권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웹툰업계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발전적인 논쟁이 벌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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