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만화책 유통 : 다이아몬드의 (사실상)독점

2. 그래서 DC는 왜 독자유통을 선언했나?

3. DC의 믿는 구석

4. DC는 다 계획이 있구나? : 한정판&DC FANDOME

5. 그래서 뭐? : DC의 로드맵​

 

 


 

1. 미국의 만화책 유통 : 다이아몬드의 (사실상)독점​

DC코믹스가 '독립 유통'을 시작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려면 먼저 미국의 만화 유통체계를 대략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간단하게만 정리하면, 2019년까지 미국의 만화 유통시장의 절반 이상은 '다이아몬드 코믹스 디스트리뷰터'라는 곳에서 사실상 대부분의 만화를 유통하고 있어요.

다이이아몬드사는 1982년 설립된 회사인데, 선발주자이자 라이벌이던 캐피털(CAPITAL)사가 1994년 망하고, 마블이 직접 유통을 시도했던 '히어로 월드' 역시 망해서 다시 다이아몬드사의 문을 두드리게 되면서 사실상 북미 최대 만화 유통사가 됐죠.

그래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반독점법(Antitrust Law)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했지만 '추가적인 조치 불필요' 판단을 받았다고 해요. 당시 미 법무부는 **"북미 만화책 직접 유통 시장에서 독점권을 누렸지만, 도서 유통에 대한 독점권은 누리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미 법무부에서도 만화책 유통을 독점적으로 하고 있다는 건 인정한 셈이죠. 일반 도서 전체에 대한 독점권이 아니어서 건드리지 않은 것 뿐(...)

다이아몬드가 운도 좋았던 것이, 1980년~1990년에는 미국 만화시장이 역대급으로 가난했던 시기예요. 새로운 IP가 나오지 않았고, 만화 독자들은 나이를 먹었고, 영화, TV와 게임이 등장하던 시기죠(어라?). 이미 DC는 워너브라더스에 넘어간지 오래였고, 마블은 돈이 없어서 스파이더맨과 X맨, 그리고 판타스틱 4와 같은 요즘말로 'IP'를 팔고 있었던 시기였죠. 만화 유통에까지 돈을 쓸 여력이 없었던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다이아몬드 코믹스는 미국 만화 유통시장을 장악합니다. 

 

 

 

 

2. 그래서 DC는 왜 독자유통을 선언했나?​

DC가 표면상으로 드러낸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예요.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지던 3월, 다이아몬드 코믹스는 "6주간 물류를 완전히 중단한다."고 통보해요. 그리고 나서 며칠 뒤에 "1분기 매입금은 25%만 우선 지급하고, 남은 75%는 2분기에 분할 지급하겠다"고 통보했어요. '그래도 돼냐'고 물은게 아니라, '그렇게 알아'라고 통보한 거예요.

DC는 여기에 강력히 항의했는데, 다른 출판사들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DC의 반발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은 만화 출판사들을 두고 일부 평론가들은 "현장에서는 다이아몬드 욕을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이런 문제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다니 실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리고 약 열흘 뒤인 4월 8일, DC가 미국 동부지역에서 운영중인 중소 유통사 두곳과 계약을 한 것이 알려져요.

그리고 6월 5일, DC가 다이아몬드와의 계약 해지를 선언합니다. 당시 DC코믹스의 회장 다이엔 넬슨은 "다이아몬드는 비즈니스 현대화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없다. 건강한 소규모 유통사들을 키워내지도 못했다"고 극딜(...)을 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출판만화가 끝장났다'는 평가도 있었을 정도로 충격적인 뉴스였어요. 

 

 


 

3. DC의 믿는 구석​

아무리 열을 받았다고 해도, DC쯤 되는 곳이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이런 큰 결정을 내렸을린 없죠. DC도 다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일단 매출 규모가 예전과는 차원이 달라요. DC의 만화 매출액은 다이아몬드가 2019년에 만화 유통으로 벌어들인 돈의 30.4%를 차지하는데, 이걸 시장 점유율로 보고 미국 만화시장 전체로 계산하면 약 3억달러 정도가 나와요. 미국 만화시장 전체가 11억 달러 정도 된다고 보거든요.

여기에 영화 등 미디어믹스 수익을 제외하고 굿즈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더하면 약 4억 4,4660만 달러, 한화로 약 5,127억원을 번다고 추산하고 있어요. 1997년 당시 만화시장 규모는 3억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니, 약 4배정도 성장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뿐만 아니라 <아쿠아맨>, <조커>가 대박을 치면서 미디어믹스에도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어요. (물론 팬들의 입장에선 너무 많은 자신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플래시>의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솔로 무비를 준비중이고, 게임 역시 호평을 받고 있었죠. IP확장에서 DC는 일부(?) 실망스러운 결과가 있긴 했지만, 투자 대비 수익으로 보면 꽤나 호조를 달리고 있어요.

이제는 만화만 팔아서 돈 버는 시대가 아니라 이 말입니다. DC는 만화책을 더 많이, 더 멀리 퍼뜨려서 팬덤을 확장시키고, 그 팬덤이 다시 대중매체로 이식된 작품들을 보게 만들고 싶은데 다이아몬드가 걸림돌이었던 거죠. 돈도 있고, 계획도 있는데 그걸 못 하게 하면서 수수료를 떼던 다이아몬드와의 결별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코로나19는 DC가 다이아몬드와 결별할 구실을 만들어 준 걸지도 모르겠어요.​ 

 

 


 

4. DC는 다 계획이 있구나? : 한정판&DC FANDOME

DC가 계획이 다 있었다는 건 이후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어요. 8월 22일(한국시간 23일), 24시간동안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온라인 신작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바로 DC FANDOME 행사예요. 여기서 만화책 신작 스토리, 영화, 게임, 굿즈, 드라마 등 신작 발표가 쏟아지면서 24시간동안 2,200만명이 방문했어요. 

 

 

여기서 공개된 <The Batman>의 티저는 유튜브에서만 2,400만회 넘게 조회수를 올렸고, IGN에서 업로드한 <저스티스 리그>의 감독판(일명 스나이더 컷) 티저도 670만회를 넘겼어요. 코로나 시대에 각종 서브컬처 행사가 온라인에서 조용하게 열리거나 취소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대성공이죠. 지금까지 2020년에 온라인에서 열린 모든 만화 연계 행사를 다 더해도 비교가 안 될 엄청난 성공을 거둔 거예요.

여기에 이어 9월, DC는 미국과 영국의 일부 온라인 소매점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BATMAN #100" 한정판 커버 단행본을 공개했어요. 여기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뿐 아니라 '갓겜' <갓 오브 워>의 아트 디렉터가 처음으로 만화 단행본에 커버를 그린 작품을 공개하는가 하면, 이걸 다시 찍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어요. 다이아몬드 산하에선 없었던 이벤트가 생겨난 거예요. 그리고 DC는 "우리는 소매점과 상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단순히 팬심을 자극하는것 뿐 아니라,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한 거죠.

여기에 DC코믹스의 발행인인 짐 리(Jim Lee)는 "3분기(6~8월) 실적이 2019년 대비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증가했다"고 발표해요. 코로나 19로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던 1분기도 아니고, 코로나가 뭔지도 몰랐던 2019년 3분기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성장했다고 발표한 거예요. 세상에. 사실상 승리 선언을 한 셈이죠. 

 

 


 

​5. 그래서 뭐? : DC의 로드맵​​

DC는 성공적으로 다이아몬드에서 분리되어 나와 독자적인 유통체계를 갖췄어요. DC의 오랜 팬들에겐 소장욕구 뿜뿜하는 한정판을 안기고, DC를 잘 모르는 신규 유저에겐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접근성을 높인 다음 사방에 깔아놓은 만화로 유도할 수 있게 됐죠.

더군다나 DC의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워너브라더스는 영화 배급사이면서 TV 채널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TV 드라마, 영화는 직접 제작과 유통을 맡고(물론 워너의 비중이 적을수록 성공한 건 안 비밀), 직접 유통채널에서 한쿨 돌린 작품들은 넷플릭스에서 방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는 HBO와 손잡고 HBO MAX를 통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요. 게임 역시 전문 제작사가 만들고, DC는 IP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위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영화, 드라마 같은 콘텐츠는 독점하고, OTT 서비스에서 만들어지는 IP는 비독점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는 것 처럼 보여요. '배트맨'만 해도 팀 버튼의 배트맨,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등 이렇게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DC다 보니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네요.

결국 이걸 위해선 꾸준히 신규 유입될 사람들이 중요해요. DC의 작품을 한번 소비하고 마는게 아니라, 덕후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떡밥을 던져 줄 것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만화책이라는 결론을 얻은 건 아닐까요? 영화나 드라마는 텀이 길지만, 만화는 격주라고 해도 한달에 두번 이상은 발매되니까요.

결국 DC가 다이아몬드 코믹스와 결별한 건, 단순히 독점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코믹스에 반발해서 뿐만이 아니라 DC가 그리는 새로운 로드맵의 방향성이 그리로 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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