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역사상 최대 호황, 이 호황기에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곳은? 바로 카카오페이지입니다. 유저, 즉 독자가 계속해서 서비스를 찾고, 시간을 보내 서비스에 매몰되게 만들기 위한 전략 중 웹툰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전략은 바로 “기다리면 무료”죠. 기다무를 통해 엄청난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카카오페이지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웹툰 시장 내에서도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두번째 시간입니다. 잘 나갈 때 돌다리를 두들겨보는 마음으로, 네이버웹툰에 이어 카카오페이지가 가진 불안요소를 짚어봅니다. 물론 이건 지금까지 겉으로 보이는 것들로 판단한 것이니까 ‘이것이 진리’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 다들 아시죠? 웹툰 시장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는 에디터가 보기에 이런 불안요소들이 보인다 정도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1) 플랫폼에 집중된 권력 : 너무 많은 작품, 한정된 공간

 

이건 비단 카카오페이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형 플랫폼에 작품 숫자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문제는 카카오페이지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가 가지는 불안요소는 조금 특별합니다. 카카오페이지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어떤 작품을 상위에 배치하고, 어떤 작품을 더 노출시킬지를 결정하는 권력은 카카오페이지가 전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어? 다른 플랫폼도 그렇지 않냐구요? 아뇨, 네이버웹툰은 ‘독자들의 선택’으로 상단 노출이 정해집니다. 지난번 네이버웹툰의 불안요소에서 다뤘듯이, 이런 문제가 가지고 있는 ‘쏠림현상’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네이버웹툰도 이것을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겁니다. 이 문제는 네이버웹툰보단 네이버 시리즈가 가지는 문제와 비슷합니다. 두 플랫폼이 가지는 특성의 차이 때문인데,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알아보도록 하죠.

 

 

아무튼, 카카오페이지에서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작품’을 결정하는 건 카카오페이지가 가진 힘의 원천입니다. 사람들이 웹툰을 많이 찾는 연휴 기간 등에 어떤 작품을 프로모션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작품을 프로모션으로 밀어줄 것인지 말이죠.

 

모든 플랫폼이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는 이 권한이 카카오페이지의 불안요소가 되는 건, 카카오페이지가 오리지널 작품을 1천작품 넘게 런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지 오리지널’은 카카오페이지에서만 독점적으로 선보이는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많은 기업들이 제작하고 있죠. 내부에서 불만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같은 오리지널인데 전면에 밀어주는 작품 따로 있고, 바탕 깔아주는 작품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프로모션 기준이나 횟수를 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콘텐츠의 개수가 계속 늘어가게 되면 당연히 제작사들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공간은 무한하다지만, 사람들이 보는 건 기껏해야 5인치 내외의 스마트폰입니다. 카카오페이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제공하는 웹툰, 웹소설, 영상까지 모든 콘텐츠가 공존하는 방법은 요원해 보입니다. 이런 불안요소는 자연스럽게 다음 불안요소로 이어집니다.

 


2) 다양성 부족, 비슷한, '되는'작품 위주의 셀렉션

 

당연히 제작사 입장에선 ‘지금 잘 될’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상위권 작품들을 분석해서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작품을 만들어내야죠. 흔히 말하는 ‘양산’의 시작입니다. 작품을 양산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기업을 운영하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되는 작품’에 쏠리게 됩니다.

 

되는 작품에 쏠리다 보면, 되는 작품의 몸값은 올라가지만 다양한 작품군을 형성하기 어려워집니다. 독자들이 “맨날 레벨업하고, 맨날 환생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팔리긴 하죠. 하지만 언제까지 잘 팔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작품군을 유지한다는 건 ‘더 많은 사용자’를 추구해야 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도 불안요소로 작용합니다. 외부와 단절된 서브컬처화가 이루어지면, 그 코드를 이해하는 독자만 남게 되겠죠. 일본만화에서도 이미 겪었던 현상입니다.

 

이건 일종의 딜레마입니다. 돈을 안 벌면 기업 운영이 어려운데, 다양성을 추구해야 지속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제작사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요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소위 ‘터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작품에까지 투자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좋은 작품’이 곧 ‘잘 팔리는 작품’, 즉 플랫폼이 원하는 작품이 된다면 웹툰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긴 쉽지 않습니다. ‘플랫폼이 원하는 작품’만 만든다면, 작가도 딱히 필요 없지 않을까요? 근데, 그럼 그걸 만화나 웹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3) ‘테크기업’ 카카오 아닌지…?

 

우리는 카카오를 ‘IT 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페이지를 보면서 기술을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AI 큐레이션은 마이셀럽스라는 곳에서 제공하는 키토크를 바탕으로 제공하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실시간 AI 유저 반응 TOP 5를 보면 “먼치킨인”, “야릇한”, “작화가 미친”, “찐사랑인”, “전지적인” 순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순위에서 제공되는 건 1위 ‘먼치킨인’ 에선 3,887 작품이 추천됩니다. 아니 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 몇 개를 추천받고 싶은 건데, 4천개 가까운 작품을 추천해주면, 큐레이션의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이 콕콕 찝어주는 작품들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의미 없는 큐레이션입니다.

 

결국 여기서 상위에 배치되는 건 ‘잘 팔리는’ 작품들일 겁니다. 이건 다시 첫번째 불안요소로 이어집니다. ‘잘 팔리는 작품’은 모두가 볼 수 있습니다. 순위를 통해서, 프로모션을 통해서 계속해서 제공되고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내 취향의 작품’을 추천해준다는 AI키토크가 다시 잘 팔리는 작품을 보여주면 그건 큐레이션이 아니라 플랫폼이 제공하는 순위 리스트에 가깝죠. 이걸 제대로 활용하려면 여러가지 키토크를 겹쳐서 검색해봐야 합니다. 내가 본 작품, 내가 많이 ‘지른’ 작품 기반이 아니라 그냥 해시태그를 입력해 두고 그게 겹치면 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걸 ‘인공지능’씩이나 붙여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또 웹소설 뷰어는 아직 이미지로 제공됩니다. 물론, 소위 ‘텍본’을 막기 위함인 건 알지만, 이미지로 되어 있어 폰트나 배경색 지정은커녕 글자 크기도 바꿀 수 없다는 점은 2021년에 ‘아이덴티티’라고 하기엔 아쉽습니다. 웹툰 뷰어에서 같은 작품을 다른 플랫폼과 비교하면 미묘하게 화질이 떨어진다는 점도 여전합니다. ‘못 읽겠다’ 정도는 아닌데, 왠지 미묘하게 화질이 떨어져요. 

 

결과적으로 ‘판매’에 집중하고, 그걸 잘 하는 건 맞지만 독자 경험을 높이는 데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상은 알 수 없지만, 그런 ‘경험’이 쌓인다는 것이 카카오페이지의 불안요소 중 하나입니다. 작품을 찾아 읽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작품을 ‘소비’하게 만드는 경험이요.

 

 

4) 재주는 넘는데 수익은 해외에서, 친척기업간 경쟁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럼 이제 조금 골치아픈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보겠습니다. 2021년 1분기는 카카오페이지에겐 꽤나 충격적인 시기였을 겁니다. 최초로 카카오재팬의 픽코마가 카카오페이지보다 더 높은 거래액을 달성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픽코마가 런칭한 이후로 처음 이렇게 역전되는 상황을 만나게 된 겁니다.

 

카카오 본사는 카카오페이지(이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픽코마의 경쟁이 흐뭇할 겁니다. 격렬하게 경쟁해서 최고의 성장을 보여주길 바라겠죠. 일단 일본에선 픽코마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고, 아예 국내 기업인 대원미디어와 협업해서 일본 스튜디오를 세우는가 하면, 한국에는 픽코마의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원픽’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픽코마 입장에선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고, 카카오페이지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런 불안요소들을 일거에 해소시키기 위한 카카오페이지의 대응책이 나왔습니다. 지난 6월 초에 태국과 대만에서 출시한 카카오웹툰입니다. 카카오웹툰을 통해 ‘선별된’ 작품들을 선보일 공간을 마련하고, 일종의 글로벌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태국과 대만에서 카카오웹툰 오픈 당시를 지켜보면 태국에는 71작품, 대만에는 59작품이 런칭했습니다. 오리지널만 따져도 카카오페이지에는 1,600작품이 넘게 런칭되어 있으니, 확실히 ‘고르고 골랐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동시에 카카오웹툰에서는 내가 읽은 작품을 바탕으로 추천하는 AI추천이 탑재된 것으로 보입니다. 눌러본 작품에 따라서 추천하는 작품 목록이 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읽는’ 경험을 지키기 위한 UX도 눈에 띕니다.

 

여기에 더불어 아마추어 연재 플랫폼을 지향하겠다고 나선 ‘스테이지’ 출시도 임박했습니다. 이미 카카오는 공식 발표에 이어 약관 변경을 통해 ‘스테이지’가 출시된다고 알린 건데요, 당연히 출시한다고 능사는 아닙니다. 카카오페이지라는 플랫폼이 가진 고질적인 한계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스테이지’가 운영되면서 아마추어들 역시 같은 목적으로 달리게 된다면 오히려 불안요소는 점점 더 구체적이 될 겁니다. 아마추어 작품 역시 신선함이나 파격보다는 ‘안정적으로 팔리는’ 작가들을 뽑기 위한 포트폴리오로 전락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페이지의 불안요소는 카카오웹툰과 스테이지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어느정도 해소될 수도, 아니면 더 심화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우리가 눈여겨 볼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금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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