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산업 역사상 최고의 호황이라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됐습니다. 투자 소식, 인수 소식을 다 전하기도 숨가쁜 이 때, 거기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거대 플랫폼으로 재편된 웹툰 산업, 성장세는 유지되지만 내부에 쌓이는 불안들을 들여다봐야 할 때가 있죠.

 

  

사실 깨달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거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어떤 불안요소가 있는지 알아봅니다. 첫번째 시간, 국내 점유율 1위인 네이버웹툰이 가진 불안요소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사실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100% 맞다! 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판단하기에 이런 불안요소가 눈에 보인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 모든 작품이 한 공간에 몰려 있는 ‘과경쟁’과 ‘획일화’

다소 뻔한 얘기부터 시작합시다. 네이버웹툰에 6월 10일 현재까지 연재되고 있는 작품은 주2회 이상 연재작을 포함해 420작품입니다. 이 중 요일별 상위 70작품(요일별 10위)중 스튜디오 체제로 만들어지는 작품은 20 작품 정도로 추산됩니다. 스튜디오의 도움을 받거나, 3인 이상의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는 등 ‘스튜디오 급’으로 보는 작품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5월~6월 10일까지 업데이트 된 신작 25작품 중 7작품이 스튜디오가 참여해 제작한 작품입니다.

이것을 불안요소로 꼽은 이유는 ‘네이버웹툰의 색깔’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 사이에선 ‘네이버웹툰의 색깔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네이버웹툰이 가지고 있던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상업작품 일변도-작품 코드의 획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죠. 사실 이런 획일화는 예전부터 지적받아왔습니다. 이른바 ‘슬롯(Slot)’으로 불리는 장르 할당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획일화가 한몫 했죠.

 

 

네이버웹툰에서 이른바 ‘로맨스 국룰’ 썸네일로 불리는 중앙에 한명(주로 여주인공)에 양 옆에 두명(주로 메인/서브 남주)이 나와 있는 썸네일입니다. 지금은 완결작도 있어 숫자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요일별로 한두작품은 꼭 있습니다. 이처럼 코드화 된 작품 소비 패턴은 ‘아는 사람만 아는’ 패턴으로 이어지기 쉽고, 그 패턴에 질려서 떠나는 사람은 있지만, 새로 유입되는 사람에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 쉽습니다. 이미 일본 만화시장이 이런 패턴화로 한번 홍역을 치렀죠. 패턴화된 작품은 독자들이 읽지 않아도 이미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알게 됩니다. 그러니 더 빠른 전개를 원하게 되고, 이야기는 생략하고 '패턴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길 요구하게 됩니다. 어차피 다 아는 얘기니까요.

여기에 웹툰 시장의 과경쟁이 겹치면서, 살아남기 위해 당장 팔리는 작품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작품이 한 공간에 몰리다보니 경쟁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개인 창작자가 따라잡기엔 기획단계부터 창작 또는 제작에 이르기까지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지금 네이버웹툰의 인기작을 살펴보면, 요일별 상위 10작품(총 70작품) 중 ‘아싸의 인싸되기’로 대표되는 학원액션물, ‘진짜 남주 찾기’류의 로맨스물, 웹소설 원작/스튜디오 기획작품이 절반을 넘습니다.

 

* ‘펜트하우스’ 외에는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

  

두 번째 불안요소는 쏠림현상입니다. 복부에 지방이 쏠리는거 말고요... (모델 이세인)

 

첫번째 불안요소는 바로 두번째 불안요소로 이어집니다. 두번째 불안요소는 심화되는 쏠림현상입니다. 네이버웹툰에서는 매년 ‘작가들이 평균 벌어들인 수익’을 공개합니다. 2억원대였던 평균 수익이 이제는 3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020년 9월에 공개한 자료에서는 작가들의 평균 수익은 3억 1천만원을 넘었습니다. 절반 이상은 1억원을 벌었다고 하죠. 그런데 TOP 20은 17억 5천만원, TOP 10으로 가면 31억원이 넘습니다. 이런 구조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만화와 웹툰이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이 강한 대중예술인 이상 이 격차를 좁히는 것은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쏠림현상 자체가 아니라, 다만, 그 쏠림이 고착화되는 현상이야말로 네이버웹툰의 불안요소입니다. 결과적으로 작품의 가치는 작품성이나 예술성, 실험적 시도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냈는지 보다 ‘지금 트렌디한’, ‘클릭수를 높일 수 있는’ 작품으로 쏠립니다. 일종의 데이터가 만든 함정인데, ‘이 작품이 팔린다’는 데이터는 확실한 반면 새로운 시도가 나올 때 ‘이 작품이 성공한다’는 데이터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신작을 두고 감에 의지하는 미신이라고 여기게 될 가능성도 있죠. 또, 데이터에 근거하는 작품들이 잘 나가니 반박하기도 어렵고요. 독자 수가 많은 작품이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그것과 비슷한 작품들이나 독보적인 원작을 가진 작품, 이전부터 연재해온 작품이 상위권을 꽉 잡고 굳어져 버리면 작품의 순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독자 입장에선 보던 것을 계속 보게 되는 거고, 아까 말한 패턴화로 이어집니다. '그거 잘 팔리는데, 왜 새로운 시도를 해?' 같은 거죠.

 

물론 이 펜트하우스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런식의 ‘펜트하우스’는 네이버웹툰 입장에서도, 작가의 입장에서도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물론, 대중예술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 있습니다. '더 강한 자극'을 찾다보니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처럼 아주 매운맛 막장드라마가 나오기도 하는 것 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시간 차트가 바뀌는 음악이나 박스오피스가 공개되는 영화와 달리 웹툰은 연재방식이기 때문에 순위가 일단 고착화되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플랫폼이 맞춰서 큐레이션을 해 줘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 독자경험 해치는 댓글란

 
코로나가 불러온 대표님 확대(학대 아님)는 <슬램덩크> 짤을 쓰고 싶었던 에디터의 욕심에서 비롯됐습니다.. (희생자 이세인)

 

네이버웹툰의 마지막 불안요소는 댓글입니다. 물론, 댓글이 지금까지 웹툰의 ‘인터랙션’을 만들면서 독자와 작가가 소통하는 창구로 작동하고, 작가에겐 피드백과 응원을, 독자에겐 작품에 참여한다는 효용감과 몰입감을 선사했다는 점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2021년 6월, 오늘에도 이것이 유효할까요? 각자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최근의 사태를 보면 댓글은 신뢰를 많이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댓글란을 선점해서 숫자가 보증하니 아무말이나 해도 된다는 식의 어그로가 난무하고, 단어 하나, 맥락에 맞지도 않는 억지를 숫자로 밀어붙여 논란을 만들어내는 억지가 난무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 역시 무방비로 노출되고, 무엇보다 작품을 읽는 독자 경험의 질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독자 경험은 웹툰을 읽기로 마음먹은 독자가 앱을 켜고, 작품을 감상하고, 댓글을 통해 감상을 나누는데서 오는 경험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경험의 총합입니다.

그런데 작품을 읽고 공감을 구하기 위해 들어간 댓글란이 엉망진창이라면, 작품에서 얻었던 감동만큼, 아니, 그보다 큰 피로감이 몰려오게 마련입니다. 대체제가 없는 옛날이라면 모를까, OTT부터 게임까지 더 큰 몰입감을 주는 대체제가 얼마든지 있는 2021년에 굳이 읽고 나서 몰입감을 더해주기는커녕 피로감을 주는 댓글을 볼 이유가 독자에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짜 독자’들이 댓글란을 주도하고,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가 이어진다는 점이 네이버웹툰의 가장 큰 불안요소인지도 모릅니다. ‘웹툰’ 플랫폼으로서 작가가 제공하는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 심리적 피로감을 느끼고 떠나버린다는 점이요.

 

결과적으로 네이버웹툰은 이런 불안요소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지가 관건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네이버웹툰의 방향을 놓고 보면 ‘글로벌’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독자 개발 큐레이션 도입을 통해 문제점을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의 공간, 즉 플랫폼은 유지하되, 큐레이션 기술을 통한 개인화 추천, 그리고 그런 추천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왓패드와의 시너지를 통해 얻고, 동시에 북미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대만,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의 시장에서 꾸준히 작가를 섭외해 다양성을 확보해 글로벌 플랫폼이 됨으로써 이런 불안요소를 기회로 삼아 도약을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 문제로 아쉽게 짤방을 쓰지 못한 <슬램덩크>에서, 능남의 유명호 감독은 북산과 맞붙으면서 '불안요소'를 말합니다. 유명호 감독이 말한 ‘불안요소’는, 표면적으론 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능남은 북산에 패배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국 패인은 바로 나!!” “능남의 선수들은 최고의 플레이를 해주었습니다!!”라고 말하죠.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불안요소를 짚어봤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기우에 그치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뉴스레터에서 ‘카카오페이지의 불안요소’와 함께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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