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툰, 국내

굿바이, 마음의 소리

에디터 이재민

굿바이, 마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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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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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웹툰은 잘 모르지만 <마음의 소리>는 아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조석 작가가 다른 작품을 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마음의 소리>는 안다. 그래서 웹툰 추천 부탁을 받으면 난감한 적이 많았다. <마음의 소리>같은 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으면 “그런 웹툰은 그것밖에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보면 그만한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진 작가는 많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리고 지난 6월 말, <마음의 소리>가 완결됐다. 이 작품은 2006년 9월 시작해 2020년 6월까지 약 14년간 연재하며 1,229회, 5,045일간 연재한 웹툰이다. PC기반 웹에서 시작된 <마음의 소리>는 모바일시대를 지나 5G 시대에 막을 내렸다. 2006년이면 아이폰이 아직 세상에 공개되기도 전이고, 우리가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시대다.

 

2000년대 초반, 웹툰 초기에 ‘감성 에세이툰’으로 대표되는 작품들 사이에서 서사형 웹툰을 선보인 강풀과 개그웹툰의 최강자로 오래도록 군림한 조석은 지금의 웹툰이 있게 만든 대표적 작가들이다.

 

* 대중 속으로 파고든 <마음의 소리>

 

웹툰은 기본적으로 웹에 연재되는 만화이기 때문에 인터넷 문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형성된 인터넷 게시판 문화는 웹툰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카툰연재갤러리’ 등을 통해 자신을 알렸고, 포털사이트에 연재를 시작한 시기도 2000년대에 가장 활발했다.

 

조석도 당시 데뷔했던 작가들 중 한 명이다. 부동산 사이트에 연재하는 것과 네이버웹툰에 연재하는 것을 고민하는 작가는 이제는 없겠지만, 당시에는 원고료 차이 때문에(!) 연재를 고민해야 했다. 조석은 결국 네이버를 택했고, 이후 대중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든다.

 

대표적인 것이 239화 ‘하이테크놀로지’, 242화 ‘도시남자’ 편 등에 등장했던 ‘차도남’이다. <마음의소리>에는 2008년에 처음 등장한 이 표현은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 허세’류의 밈을 역이용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처음에는 인터넷 상에서만 유행하던 이 문구는 2010년쯤 되면 대중매체로 이식되어 ‘까도남’, ‘따도남’등 파생어까지 만들면서 일상의 언어로 자리잡는다.

 

이 외에도 2012년 연재된 652화에서 ‘네이버에서 조석을 쳐 보세요’라는 대사가 나오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643회에서 끝말잇기를 하던 중 ‘탄산마그네슘-슘페터’ 조합이 등장하자 뜬금없이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슘페터’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0년대 초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어 인터넷 문화가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면서, 인터넷 문화를 향유하는 대중에게 깊숙하게 파고들었던 <마음의 소리>가 가지는 영향력이 실제로 눈에 보이는 지표로 확인된 것이다. 

 

* ‘병맛’의 문을 열고, 문을 닫다 – 웹툰의 역사로

 

<마음의 소리>의 황금기가 언제인지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2010년대 전후를 꼽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시기는 만화의 장르로서 ‘병맛’이 전성기를 맞았던 때이기도 하다. 게시판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맥락 없는 개그’가 웹툰으로 옮겨오면서 ‘병맛’ 웹툰이 인기를 얻었다. 웹툰이 대중적으로 가볍게 소비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던 ‘병맛’ 작품들은 짤방처럼 단순화된 형태로 공유되곤 했다. 

 

<마음의 소리>는 이런 ‘병맛’의 유행 이전부터 연재되었고, ‘병맛’의 유행이 끝난 후 연재를 종료했다. 어떤 서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병맛’은 스토리 중심으로 결제를 유도해야 하는 웹툰의 현재 시점에는 잘 맞지 않는다.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의 역량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건 장르로서 ‘병맛’이 가지는 한계다. ‘병맛’의 사례처럼, 인터넷 문화의 가장 활발한 진원지에서 휘발되고 소비되다가 대중문화 속에서 밈으로 자리잡는 공간은 이젠 유튜브와 틱톡으로 옮겨갔다. 

 

<마음의 소리>는 이 모든 과정의 시작과 끝에서 인기작으로 남아 단순히 웹툰 중 한 작품이 아니라 문화현상으로, 웹툰이라는 현상의 생성과 성장을 함께 한 작품으로 남았다. <마음의 소리> 완결은 단순히 한 작품의 종료가 아니라, 초기 웹툰의 1막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마음의 소리>의 완결로 웹툰은 그전까지 가본 적 없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됐다.

 

* 굿바이, <마음의 소리>

 

개그는 어려운 장르다. 섬세해야 하고, 동시에 과감해야 한다. 때문에 <마음의 소리>는 개그 만화가 가져야 하는 미덕을 가졌지만, 동시에 오래 연재하며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웃자고 하는 말이 모두를 웃기면 좋겠지만, 웃자고 남을 깎아내리는 쉬운 방법을 택하면 누군가를 화내게 만들기도 한다. 조석 작가는 독자들에게 “웃어 준 독자들에게 고맙고, 화가 났던 분들에겐 미안하다”고 말했다. <마음의 소리>조차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는 웹툰은 아니었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회에 그 소회를 전했다.

 

그래서일까, 조석 작가는 마지막회에서 ‘다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더 이상 뭔가 새로운 것을 내놓을 수 없어 답답하고 초조한 감정이 아니라, 이제 정말로 다 그렸다는 느낌은 모든 걸 불태운 사람만이 마주할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마음의 소리>는 지난 14년간 우리를 웃기기도 했고, 실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때론 행복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실패하고, 성공하기도 한다. 초기 웹툰부터 시작해 지금의 웹툰이 있기까지,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지난 14년 간 항상 우리 곁을 지켜왔던 <마음의 소리>에게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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