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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관계자 인터뷰, '작가들은 믿고 계약했는데, 계약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에디터 이재민

"검정고무신" 관계자 인터뷰, '작가들은 믿고 계약했는데, 계약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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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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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NEWS

80년대~90년대생은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바로 <검정고무신>이다. 1992년 잡지 ‘챔프’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2006년까지 14년간 연재하며 한동안 ‘가장 오래 연재한 잡지만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기영이, 기철이, 땡구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등장인물로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1999년 첫 방영된 파일럿을 포함해 2000~2001년, 2004~2005년 KBS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었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그리고 이제 부모가 된 세대가 모두 알고 있는 작품이 바로 <검정고무신>이다. 최근 자라나는 세대에겐 ‘짤방’으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전 계약 문제로 지금까지 제대로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또한 저작권이 회사에 있다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들렸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으로 처리했다.

 

​<검정고무신> 4기 중 일부. 작화, 스토리 개연성, 캐릭터 붕괴 등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Q. 기사로 소식을 접했다. 사안이 굉장히 오래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A. 10년 넘게, 지금까지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 작가들이 30년 가까이 만화를 해 오는 입장에서 만화가 동료와 후배, 대중들에게 알리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Q. 2006년 <검정고무신> 완결 이후 2007년 이후 계약이 문제라고 들었다. 당시 해당 업체와의 관계는 어땠는지?

A. 먼저 연재가 끝나고 도래미(이영일), 이우영, 이우진 작가가 서로 글/그림을 서로 번갈아가며 외전 스타일과 학습만화 스타일로 작업을 했었다. 그 와중에 지금 언급되는 업체에서 작가에게 얘기하지 않고 무단으로 저작권 침해를 해서 책을 만들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걸 항의하기 위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당시에는) 좋은 조건을 얘기하면서 합의를 봤다. 

 

이후에 세 작가가 당시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업체와 여러가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2차 사업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에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고 알고 있다.

 

Q. 그럼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던 건가?

A. 그걸 작가들이 전혀 몰랐다. 이게 문제의 발단이다. 사업 진행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사업 진행을 하기 전이 아니라 이미 진행한 후에 통보했다.

 

Q. 애니메이션도 제작됐고, 다양한 상품도 출품된 걸로 알고 있다. 이걸 다 몰랐다는 건지?

A. 그렇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먼저 이야기를 하고 논의를 한게 아니라 이미 진행이 된 후에 사후에 통보를 하는 식이었다. 심지어는 기사를 통해 알게 된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작가들과의 사이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계약 내용에는 모든 사업은 진행 이전에 작가와 그 쪽(업체)이 협의하에 결정한다고 명시해 뒀다. 그러나 협의는커녕 어느 곳과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검정고무신>으로 상을 받거나 할 때 업체 사람이 가서 상을 받는다거나 하는 것도 기사를 통해 알았다. 

 

Q. 언론 보도를 보면 저작권 관련된 부분도 있었다

A. 4기 애니메이션 시사회 날 작가가 꾸준히 들어올 수 있는 수입이 생기겠다는 기대를 내비쳤더니 업체에서 “애니메이션 투자금액에 따라 분배가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작가들은 작품에 직접 금액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했고,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생각했기 때문에 더 묻지 않았다고 들었다.

 

Q. 사업 수익 분배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던 적은 없나?

A. 만화가 나온지 오래 됐기 때문에 작가들은 “인지도가 떨어져서 그런가?” 하면서 자기 탓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업체에서는 열심히 하는 걸로 알았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몰랐고. 모 프랜차이즈 빙수에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사용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도 전부 기사를 통해 알았고, 주변 사람들이 전해준 경우도 적지 않다. 

 

롯데리아에서 판매했던 <검정고무신> 피규어 상품. 작가들은 이 상품의 출시를 축하한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알았고,
가까운 롯데리아로 직접 가서 상품을 구매했다고 전했다.

건국대학교 근처에 <검정고무신> 만화카페가 생겼다는 것도 그림을 맡았던 형제 작가가 나중에 들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두 작가가 “우리는 왜 몰라야 되느냐”라고 묻자 “수익도 별로 나지 않고 있다. 지금은 투자하는 단계니까 다음 단계를 이야기하자”며 술자리에서 알음알음 넘겼다고 알고 있다. 

 

작가들은 사업이라는게 원래 그렇게 진행되는가보다 하고 생각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던 걸로 알고 있다.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4기 시사회에서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꼈고, 이후에 작가들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감지한 것으로 들었다. 계약서 자체에 '투자금액에 비례해 수익금을 나눈다'던가 하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작가들에 따르면 구두로 전달한 내용이고,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진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Q. 그렇게 10년이나 지난다는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A. 작가들은 <검정고무신>의 인지도가 수명을 다했다고 판단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새 버전을 만들거나 하는 방안을 꾀했던 걸로 알고 있다. 이우영 작가와 이우진 작가가 각기 다른 버전의 <검정고무신>을 만드는 방안을 꾀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저작권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작권 문제제기를 강하게 어필하지는 못하고 있던 중에 신버전 출간을 하려고 준비하던 중에 해당 업체에 “당신들이 이 작품도 저작자냐”는 질문을 했고, “저작자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작가들이 “사업권은 인정할 수 있지만 저작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통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이전 계약에서 저작권 양도 등에 대한 계약 문제는?

A. 작가들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 사업권을 허락한 것이다. 그리고 기영이, 기철이, 땡구 등 캐릭터 9종에 대한 사업을 위해서 캐릭터의 저작권을 나눠준 적은 있다고 들었다. 당시에 해당 업체에서 가까운 사이였던 작가들에게 ‘사업하는데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작가들이 고민 후에 "해당 업체가 주인의식을 갖고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니 믿어보자" 고 생각해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들의 개인적인 문제도 얽혀 있고 해서 이걸 다 말할 수는 없는 점이 아쉽다.

 

Q. 그런데 업체에서는 왜 신작에 대해서 저작권자라고 주장하는 건지?

A.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작품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저작권자가 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법적인 기준에 맞춰 합의한 후에 다음 단계로 나가보자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작가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고소장이었다고 들었다.

 

인터넷 밈으로도 유명한 <검정고무신>의 한 장면. 이 장면은 수없이 변주되어 수많은 짤방을 낳았다.

작가들은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 혼란스러워 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작가들이 자기 작품에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를 당한 셈이니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 당연히 무혐의 처분이 났다.

 

Q. 당시 계약서가 어땠길래?

A. 당시 계약서를 보면 ‘애니메이션 그림’과 ‘만화에 쓰이는 그림’이 다르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업체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출판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작가들이 항의를 했다. 그러니 이우진 작가가 녹취한 내용에 의하면 해당 업체가 “출판은 자유롭게 하라”는 내용의 말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작자를 고소한 것이다.

 

Q.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저작권에 관해서는 “<검정고무신>을 원작으로 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원작을 수정 보완한 엄연히 다른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작가들의 생각은?

A. 거꾸로 생각하면 그 원안이 만화 <검정고무신>의 것이기 때문에 수정과 보완을 거친 애니메이션에 쓰인 캐릭터에만 권리를 가지는 게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하게 맺어진 계약을 근거로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당시 업체가 작가들을 고소한 건은 ‘혐의없음’ 처분이 나왔다. 상식적으로 원작자가 저작권 위반으로 처벌받는 게 말이 안되지 않나. 이후에 이우영 작가가 <검정고무신> 등장인물들이 나이가 들어서 회상하는 내용을 그렸다. 그랬더니 거기에 대해서도 “원작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무혐의가 나왔다. 그 원고는 먼저 해당 업체에 출판을 제안했던 내용이고, 계약 체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다리다 못한 작가가 다른 곳에 원고를 비슷한 컨셉으로 작업해서 출판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 원고에 대해서 소송을 했던 거다.

 

Q. 이우진 작가의 부모님이 고소당한 것은 무슨 일인가?

A. 이우진 작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체험농장이 있었는데, 거기에 검정고무신 작가가 직접 DVD를 틀거나, 단체 고객이 오면 사인도 해주고 했다. 그랬더니 저작권 위반이라고 고소를 한 거다. 이것도 이우진 작가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해명하고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업체쪽에서는 저작권 침해 사례를 찾던 중 이우진 작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농장이라는 걸 알고서 고소를 취하했다고 언론에 밝히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이우진 작가는 이야기한다. 작가들은 ‘불공정한 내용을 조정한 다음 잘 해보자’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었는데, 작가들에게 고소장을 보내다가 이제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고 작가들이 속이 많이 상했다.

 

Q. 유튜브에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이 모두 업로드 되어 있던데?

A. 유튜브에 업로드 된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4기의 경우 조회수 1백만이 넘는 영상이 15개다. 1~3기 역시 같은 채널에 업로드가 되어 있는데, 4백만, 6백만 조회수를 얻은 영상도 있다. 여기서 작가들에게 제공하는 수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해당 채널은 2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검정고무신>은 이 채널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익 정산은 몇만원 수준으로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 작가들은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Q. 작가들은 앞으로 어떤 행동을 생각하고 있는지?

A. 업체와 어떤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우영, 이우진 작가들은 새로운 원고를 해 놓은 상태인데, 이 원고를 내놓았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무서워서 원고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작가들이 독자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다.

 

작가들은 이미 국내 독자들이 많이 알고 있는 작품을 세계에 맞는 버전으로 새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에서 저작자라고 주장해 발목이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독자 분들이 이 사실을 많이 알고, 도와주셨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작가들은 이번 사건을 바로잡으면서 좀 더 공정한 계약이 자리잡고, 앞으로 다른 작가들에게는 이런 악습이 ‘관행’으로 자리잡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수많은 독자들, 그리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을 작가들이 보고 자란 작품이 바로 <검정고무신>이다. 만화를 못 보게 했던 부모들도 <검정고무신>만큼은 보는 걸 막지 않았다. 자신, 또는 자신의 부모 세대가 살아온 시대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예전에 상대를 믿고 맺었던 계약 때문에 작가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업체는 "2007년에 맺은 계약을 현재의 표준계약서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계약은 수정할 수 있는 내용이고, 세상이 바뀌었다면 계약의 내용도 수정되어야 한다. 세대의 벽을 넘어 ‘시대의 추억’으로 자리잡은 <검정고무신>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으로 작가들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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