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툰, 국내

웹툰의 댓글, '게시판 문화'에서 벗어나 '콘텐츠 소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때

에디터 이재민

웹툰의 댓글, '게시판 문화'에서 벗어나 '콘텐츠 소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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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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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웹툰은 인터넷 문화와 함께 성장했다. 2000년대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게시판 문화의 핵심은 ‘댓글’이며, 지금까지도 그 맥락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게시글에 댓글로 쏟아지는 ‘드립’류 게시물이다. 이런 게시물은 인터넷 문화를 이루는 핵심으로 평가받았다. 2000년대 초 개인 홈페이지에서 ‘카연갤’ 등에서 웹툰이 연재되던 시기를 지나 포털 중심의 웹툰이 정착되면서, 웹툰에서도 독자의 댓글과 작품이 연동하는 ‘인터랙션’이 흔히 발견되기도 했다.

 

커뮤니티와 함께 같이 성장했던 웹툰도 2010년대가 되면서 본격적인 산업의 규모로 성장했다. 커뮤니티는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능동적 참여자들이 늘어났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생겨났다. 웹툰은 커뮤니티와 성장과 함께했고,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하던 댓글 시스템을 많이 차용한 웹툰 플랫폼의 경우 역시 이와 같은 문제점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익명성을 방패삼아 작가에게 악의적 비난을 쏟아내거나, 인신공격은 물론 심지어 악성 루머를 통한 가짜뉴스 유포를 일삼는 사람도 있다. 일부에서는 ‘악의적인 루머는 법적으로 대응하면 그만’이라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작년 저스툰에서는 민서영 작가의 <썅년의 미학>을 캡처해 대사를 악의적으로 수정한 사람들에게 법적 대응을 공지한 바 있다. 하지만 법적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다.

 

법적 대응에는 비용이 발생하며, 작가 본인이 직접 댓글을 채증하고 제출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본인이 몰랐던 댓글까지 직접 파헤치는 것은, 말하자면 가시덤불 속을 맨손으로 헤집는 것과 같은 일이다. 더군다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작품을 홍보해야 하는 신인 작가나 무명 작가의 경우에는 변호사 선임 등의 비용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순간 ‘독자를 적으로 돌렸다’는 프레임이 씌워지기 때문이다.

 

 

* ‘그들’은 진짜 독자일까?

 

하지만 악의적 댓글을 남기는 그들이 진짜 독자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동안 여성주의를 다루는 작품에 대한 악의적 댓글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핀치’ 등 유료 구독회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에는 악의적 댓글이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유료 웹툰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웹툰들에도 악의적인 댓글은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기다리면 무료’를 필두로 한 웹툰 감상 시스템은 유료로 감상한 회차의 댓글과 무료로 감상한 회차의 댓글이 희석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료 회차에서 악성 댓글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영화에서 ‘사전 기대평’과 영화를 감상한 후 남길 수 있는 ‘관람평’이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웹툰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공개되기 때문에 두 가지 의견이 섞여서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다.

 

 

네이버의 "82년생 김지영" 평점. 극과 극을 달리는 네티즌 평점이지만, 관람객 평점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대다수의 악성 댓글은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는 포털사이트, 그리고 보호장치 없이 직접 작가와 소통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많이 벌어진다. 익명의 다수에게 노출되는 개인 작가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웹툰 소비를 게시판 문화의 일종으로 ‘상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관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개인이 폐쇄나 댓글을 차단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와 달리, 포털에서는 댓글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마치 게시판에 댓글을 남기는 것처럼 쓰이고 있다.

 

그러니까, 웹툰을 어떤 사람이 직업으로 삼아서 일한 결과물이 아니라, ‘게시판에 올라오던 것’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주체인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초기 웹툰이 게시판 문화의 영향으로 시작해 무료 웹툰 시대에 그 형태를 그대로 빌려왔고, 그러면서 부작용으로 작가를 평가절하하고, ‘나’는 작가를 먹여살리는 존재로 과대평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유료 웹툰까지 결제해 보지는 않는다. 작품의 팬이 아니라, 게시판 유저이기 때문이다.

 

 

* 익명의 다수에게 노출되는 개인 

 

이런 시스템의 문제점은 절대 다수의 익명 유저에게 개인이 노출되며, 작가들이 익명으로 활동하고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등 폐쇄성을 강요한다는데 있다. 이 때문에 신뢰도 있는 정보 공유가 막히고, 작가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포기하거나 심리적인 고통 때문에 작가를 그만두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을 게시판 문화의 차원에서 해석하면 ‘정의구현’이나 ‘승리’로 포장하며, 다시 악성 댓글이 활개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낳는다. 

 

네이버웹툰 모 작품의 공지란. 비난과 악플을 삼가달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독자가 아닌 ‘포털의 웹툰’이라는 게시판 시스템을 활용하는 유저들이 계속해서 작가를 공격하도록 방치한다는데 있다. 최근 네이버웹툰의 한 작품의 공지란에는 ‘작가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춰달라’는 내용이 등록되었다. 독자들은 “네이버웹툰이 이런 대응을 하다니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그동안 포털 중심의 댓글은 DAU(Daily Active User: 일간 실 사용자) 800만명에 이르는 네이버웹툰을 포함해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았다. 말하자면 작가들은 매일같이 익명의 800만명에게 노출되며 언제 어떻게 공격받을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작가들 사이에선 ‘공황장애는 직업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일반적인 질환이 됐다. 유명 작가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번 오늘의 우리만화 시상식에 소감문을 보낸 하일권 작가는 “공황장애를 다룬 작품으로 상을 받았는데, 공황장애 때문에 시상식에 나가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댓글의 폐해를 인식해 아예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레진코믹스 같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들 중에는 댓글 등으로 독자 반응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싶어하는 작가도 있어 ‘반응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저스툰(현 저스툰코미코)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작가에게 선택권을 주기도 했다. 일부 작가들의 말처럼, 댓글이 독자들의 가장 빠른 반응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집단에 의한 폭력이 콘텐츠에 달리는 직접적인 반응으로 실현될 수 있다면, 심지어 그것이 유료화를 통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면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다음카카오는 10월 30일부로 연예뉴스의 댓글 폐지를 공지했다.

 

최근 다음카카오에서는 연예란의 댓글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은 ‘좋아요’숫자를 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용자들, 그러니까 시스템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콘텐츠 생산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다. 우리는 악성 댓글로 인해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잃었고, 그에 따른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높았다. 웹툰 플랫폼은 최소한 트래픽을 만드는 방문객이 아니라, 방문객이 오도록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플랫폼들이 목놓아 외치듯이 웹툰 시장의 핵심 가치를 만드는 건 작품을 만드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작가에게 댓글창을 켜고 끌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작가의 심리상담을 지원하거나 전문 상담인력을 통한 정기적, 비정기적 카운슬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작가 복지를 생각해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웹툰을 만드는 작가들이 더는 상처받아 떠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기 전에 작가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 역시 콘텐츠를 작품으로서 소비한 후에 단순 인상비평이나 비난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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