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시장의 세분화 – ‘성장하는 오픈 플랫폼’의 가능성: 포스타입과 딜리헙

 



웹툰이 유료화되면서 '돈이 되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생기자 한때 수많은 웹툰 판매 업체들이 생겨났다. 가히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를만 한 시절을 보내면서, 그동안 정말 많은 '오픈 마켓' 형태의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좋은 작품을 달라, 그러면 판매하는 대로 작가인 당신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겠다. 저 독점적인 플랫폼의 어마무시한 수수료를 보라”면서. 한켠에선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웹툰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프로를 지망하는 작가들은 네이버 베스트도전, 다음 웹툰리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심지어 이용자는 더 적고 지원도 없는 오픈 플랫폼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프로지망 작가들에게는 보다 많은 기회가 있는, 정식연재로 가는 길인 베스트도전이 차라리 나았고, 취미 연재 작가들에게는 SNS가 더 매력적인 상황에서 '오픈마켓'이 가진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발생할지도 모를(높은 확률로 발생하지 않는) 유료수익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블록체인이 끼어들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 나올 것 처럼 사람들을 모으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모두 틀렸다. 웹툰은, 적어도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웹툰은 기본적으로 대중매체의 성격을 가진다. 기본적으로 박리다매인 웹툰은 더더욱 그렇다. 싼 값에 더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대중에게 쉽게 읽히는 것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상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당시의 웹툰 오픈마켓은 작가에게 "일단 올"것을 요구했다. 당신이 오면 독자가 모이고, 독자가 모이면 수익이 생긴다는 논리다. 이래서는 작가에겐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더군다나 웹툰업계에선 최근까지 창작은 물론 홍보까지 작가의 홍보가 더 효과가 큰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플랫폼 연재는 원고료/MG+수익배분으로 일정 수익이 보장되지만, 오픈마켓 플랫폼은 100% 수익배분이다. 작가에게 오픈마켓으로 갈 이유가 정말 하나도 없는 셈이다. 여기에 블록체인은 애초에 이용자가 많은 상황을 전제로 해야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각된다. 만화계에 블록체인 광풍이 불고 난 후, 카카오의 블록체인 서비스인 클레이튼 위에 카카오페이지를 얹겠다는 계획이 무서운 이유다. 좋게 말해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쁘게 말하지 않아도 사기꾼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오픈마켓'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깎여나갔다. 작가도, 독자도 오픈마켓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꽤나 야심차게 출발했던 '조디악코믹스'는 2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결국 이런 이유로 작가들은 오픈마켓으로 나가느니 SNS 연재를 택했다. [ 참고 기사: '운영사 홈페이지 삭제 등 조디악코믹스 사실 상 서비스 유지 불능 상태 놓여']

 

빠르게 상업화된 웹툰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작가들은 SNS를 찾았다. 작품 자체가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가 된 <며느라기>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본 작가들은 자신이 하고싶은 작품을 할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8년 말부터는 스튜디오, 프로덕션 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점이 한몫 했다. 양적, 질적 부분을 충족하는 스튜디오형 작품들이 쏟아지면서 개인 작가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더불어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도 어느정도 정리되면서 네이버웹툰(+시리즈), 카카오페이지 양강체제로 플랫폼들이 정리되는 수순을 밟았다. 이제는 웹툰시장에는 대중성을 가진 기획작품, 플랫폼이 전망을 보고 있는 그 작품이나 제안서를 통과한 작품이 아니면 진입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소위 '인스타툰'이 활발하게 연재되면서 <감자>의 경우처럼 SNS를 통한 마케팅의 가능성을 점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면서 '읽는 방식'의 한계를 느낀 작가들도 있었다. 웹툰이 가장 활발하게 연재되는 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만화의 형태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작가들은 다시 오픈마켓, 그 중에서도 즉시 활용이 가능한 오픈마켓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살아남은 오픈마켓은 크게 포스타입과 2018년 6월 문을 연 딜리헙이 있었다. 포스타입은 2015년 시작한 우리나라의 유료 블로그 서비스로, 처음에는 통신판매와 오프라인 판매 이외에 판매처를 찾고 있던 동인지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단행본 사이에 가벼운 연재를 하는 곳으로 활용하는 작가도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엔 생소하지만 개인 창작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트리온'이라는 모델도 있다. 동시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독립출판을 하는 작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시장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중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포스타입에 연재된 마사토끼 작가의 <만화스토리매뉴얼>(좌), 딜리헙 메인에 소개된 수신지 작가의 <곤>(우)

 

 

최근에 마사토끼 작가는 포스타입에서 6월 수익을 공개했다. 600만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마사토끼 작가가 업데이트한 작품은 <만화 스토리 매뉴얼> 이었다. 뿐만 아니라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는 딜리헙에서 신작 <곤GONE>을 미리보기 방식으로 연재한다고 밝혔다. 기존 플랫폼이 거부한 작품을 작가들이 스스로 연재하는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포스타입이나 딜리헙은 작품당 회차별 구매, 작가 구독, 일부 선공개 후 전체 회차를 보려면 구매해야 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공개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구매 모델을 장착했다. 작가들은 입맛에 맞추어 골라서 쓰면 된다. 마사토끼 작가의 경우 '일부 공개, 전체 유료'모델로 많은 구매를 만들어냈다. 수신지 작가는 '기다리면 무료'방식을 사용중이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방식의 연재가 가능해진다. 아예 작품의 연출법을 바꿀 수도 있다. 일본의 고단샤는 <나는 100만명의 목숨 위에 서 있다>의 무료판과 유료판을 공개하며 무료판 다운로드 특별 페이지를 오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메이킹 영상이 대박입니다 여러분(...)

 

짧게 소개한 패트리온의 경우 월/주간 정액제 구독, 콘텐츠 업로드 시마다 비용 지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자의 참여를 함께 유도한다. 이를 통해 영화 리뷰어인 빌리 웨이브(Billy Wave)는 월 수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어쨌든 독자가 만나는 물리적인 페이지 크기의 한계, 시간의 한계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 숫자가 유지되면 큐레이션이 필요해지고, 그 큐레이션은 결국 '팔리는', '화제가 되는' 작품 위주일 수 밖에 없다.

 

포스타입의 큐레이션(좌) 딜리헙(우)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인다. 딜리헙은 '에디터 픽', '투데이 픽', '데일리 픽'처럼 에디터가 뽑은 작품들을 보여주는데, 결국 상단에 노출되는 작품들은 트래픽이 외부에서 유입된 작품들을 내부에서 한번 더 공고히 하거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작품 위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낳는다. 하지만 신규 유저를 위한 전략 및 팁을 알려주는 큐레이션을 병행 중이라는 점은 눈에 띈다. 포스타입은 다양한 장르별로 추천을 받고, 유저 추천 기반으로 큐레이션을 작성하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서비스들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이 언급해 주는가'에 따라 구독자 숫자가 달라진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도네이션을 받는 경우가 많다보니 유튜브에서 이미 파워가 생긴, 즉 증명된 사람이 아니면 새로 진입하기가 힘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퀄리티 보장이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무작정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시대가 지나갔다곤 하지만, 콘텐츠 업계의 특성상 거대 플랫폼에 실릴 수 없는 빈틈을 노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한 대비책 역시 필요하다.

 

아직까지 포스타입이나 딜리헙에 바로 적용하기엔 어려운 비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웹 연재 방식의 허리를 전담할 것으로 보이는 두 서비스가 미리 준비해야 할 문제들이다. 결과적으로 내부 커뮤니티에 작품을 추천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듦과 함께 시장이 수직적으로 상승해서 압정형 구조를 만들지 않고 전체적으로 넓게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이 소개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한편 다양한 리뷰어들이 작품을 리뷰하거나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는 것과 같은 것들을 콘텐츠 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웹툰은 이런 논의가 끊임없이 이루어졌지만, 결국 정착 시키는데 실패했다. 

 

시장의 세분화와 확장이 이루어지는 두번째 시기가 찾아왔다. 시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탑클래스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유입할 수 있고, 자신의 방식대로 창작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거기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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