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웹툰계 전망④] 웹툰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을까 : 미국

2018년 웹툰시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추산 매출액 1조원을 넘겼습니다. 전체 콘텐츠 시장에서는 1%도 안되는 작은 규모지만 만화산업 전체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이 외에도 이른바 ‘레진코믹스 사태’와 KT, 우리은행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업체들과 관련된 계약변경과 연재종료등의 이슈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지요.

 

흔히 웹툰시장을 이야기할 때 ‘다이나믹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웹툰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개 속 2019년 웹툰업계를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시간, 세계 최대의 콘텐츠시장이자 이미 디지털콘텐츠를 가장 활발하게 소비하고 있는 국가, 만화 원작 IP의 미디어믹스를 통한 막강한 파괴력을 몸소 증명해내고 있는 미국시장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북미시장은 DC와 마블코믹스등 전통적으로 히어로 만화가 강자로 평가받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된 2012년 타파스미디어의 등장 이후 북미 만화시장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웹툰이 정서상 기존의 미국 코믹스 소비층과 분리되어 있어 만화의 시장성 면에서는 저평가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2013년 SK플래닛, 2014년에는 다음웹툰이 타파스미디어와 제휴를 맺었고, 2017년 말에는 투믹스 등이 제휴를 맺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성 면에서 저평가받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미국의 만화시장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2017년 기준 10억 1500만 달러(한화 약 1조 1300억원)정도 규모로 우리나라의 2018년 추산규모인 1조 1천억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만화책 판매량 자체가 낮아져 2016년 대비 7천만달러 가까이 시장이 축소된 이후 자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블과 DC 뿐 아니라 이미지코믹스, IDW, 다크호스 등 5대 만화출판사 모두가 디지털 시장을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만화전문매체 코믹크론에서는 디지털 다운로드를 약 9천만달러(한화 1천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미국의 ‘웹툰’은 이제 시작단계에 온 셈입니다. 게다가 미국시장은 세계 최대의 미디어 시장이기도 합니다. 물론 만화 원작에서 마블과 DC, 그 중에서도 마블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TV 시리즈나 게임 등 만화나 소설 원작의 콘텐츠를 가장 활발하게 만들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콘텐츠 산업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합니다. 디지털 콘텐츠에서 넷플릭스, 올해부터 자체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유튜브 등 웹툰 IP의 미디어믹스가 이루어져 성공한다면 아주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는 점,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영어권 국가라는 점, 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라는 점도 미디어믹스를 했을 때 파급력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다만 미국 코믹스 원작의 성공은 앞서 말했다시피 마블과 DC, 그 중에서도 마블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현재 북미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웹툰 업체중 하나인 타파스미디어는 국내 IP를 북미시장에 유통시키는 한편,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IP를 제작해 직접 유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마션>의 앤디 위어(Andy Weir) 원작의 웹툰이 제작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웹툰 기반의 IP산업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타파스 미디어는 히어로 코믹스의 초강세로 다른 장르가 자생하지 못하던 북미시장에 웹툰의 씨를 뿌린 타파스미디어가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오래 버텨온 업체인 만큼 축적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직접 보유한 IP들을 번역해 유통하는 한편, 디즈니나 픽사 등 유명 애니메이션 업체의 작화가들의 작품과 직접 선발한 아마추어 작품들은 물론 기존의 히어로 코믹스 팬들까지 섭렵하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미권 공모전에 지금은 고인이 된 스탠 리(Stan Lee)의 심사평과 당선자들과의 만남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가장 큰 만화관련 행사 중 하나인 코믹콘에 꾸준히 참여, 브랜드를 알리고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힙니다.

 

레진코믹스는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르의 확실한 독자들을 잡는다는 전략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2018년 1,2분기 미국 구글플레이 만화 부문 1위를 차지하며 2위 마블, 3위 DC코믹스를 추월하는 등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디지털 만화시장 자체의 규모가 작아 마케팅 비용이 크다는 점, 이미 북미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작년 소위 ‘레진코믹스’ 사태 이후 대거 레진코믹스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북미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로 보입니다. 한국의 IP를 더 큰 시장에서 소비되도록 만들기 위해 이미 마케팅 비용을 소진한 레진코믹스가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등장해 북미시장에서 2018년 하반기 안드로이드 매출순위 1위, 도서 카테고리에서 10위권 내를 지키고 있는 ‘태피툰’의 경우처럼 이미 서비스를 진행중인 업체들의 선전도 기대해볼만 합니다. 태피툰은 <창백한 말>, <허니 블러드> 등 기존의 인기작 뿐 아니라 <우리집에 왜 왔니>, <다시, 봄>, <김비서가 왜 그럴까>등 100여작품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발빠르게 트랜스미디어 시장에도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빠르면 2019년 내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태피툰의 방선영 대표는 “지금까지 미국 시장은 중국, 일본과는 다르게 정서 상 한국 웹툰이 공감을 얻기 어려운 서양 문화권인데다 DC, 마블을 중심으로 한 현지 출판문화의 강세 등으로 시장성은 저평가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콘텐츠가 발달되어 있고, 소비가 폭넓은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만화 시장만이 아니라 미국의 디지털콘텐츠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면 보다 높은 발전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가장 큰 장벽은 만화를 소비하는 문화의 차이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시장에서 10대~20대의 남성 위주의 소비층을 대상으로 하는 히어로 만화는 만화로서는 분명 한계를 보였습니다.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만화'의 형태 역시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DC와 마블 모두 만화에서 다양한 인종, 성별의 히어로를 대거 등장시켜 다양성을 추구하는 등 독자층을 넓히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판도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DC 배트걸 시리즈에 등장한 태극기 형상화 표지, 한국계 히어로 아마데우스 조

 

 

만화 소비에 소극적인 미국 시장의 가장 큰 장벽은 만화를 특정 세대, 성별의 전유물로 보는 문화일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이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디지털 만화시장의 성장은 더딥니다. 출판이 줄어드는 만큼 빠르게 전자만화 시장이 성장한 일본과 다르게,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중이라는 점도 마냥 낙관할수는 없게 만듭니다.

 

이런 장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미시장이 가진 트랜스미디어 시장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마블이 보여준 파괴력은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이 히어로물에 주목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미국에 위치한 넷플릭스와 헐리우드,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조합은 원천 IP로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웹툰업계에 좋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기회로 보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시장을 가진 미국에서 원천IP로 우리 웹툰이 어느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국의 만화시장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2019년입니다. ​ 

 

  < 웹툰계 전망 >

▶ [2019 웹툰계 전망①] 국내 플랫폼: 네이버-카카오 양강체제 강화, 스튜디오 제작 체제 확립, 중규모 이하 플랫폼에겐 겨울?

▶ [2019 웹툰계 전망②] 웹툰 해외진출의 각축장: 일본​

▶ [2019 웹툰계 전망③]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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