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루마루, 문 닫다. 이제는 저작권법 개정 논의해야

 

마루마루, 문 닫다

이제는 저작권법 개정 논의해야

 

 

최근 한 원로 만화가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만화책값이 비싸서 대본소에 만화가 나가면 이자를 붙여 사람들이 빌려 본 돈의 일부를 동전으로 받아다가 출판사에 보냈고, 그걸 걷으러 다니는 ‘자전거꾼’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게 만화가들의 원고료가 된 셈이다. 그리고 ‘합동’의 전횡, 청보법 사태 등을 지나면서 대여점 시대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후 인터넷에는 소위 ‘스캔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인터넷 발달의 과정에서 먼저 유행했던 판타지 소설의 ‘텍스트본(소위 텍본)’이 만화로 옮겨온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웹툰은 만화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그리고, 그동안 소위 ‘어둠의 경로’는 참 많이도 방식을 바꿔 왔다. 예전에는 웹하드 서비스와 P2P, 그리고 토렌트 등으로 공유되는 ‘불법 공유물’들 중 만화는 특히 더 기승을 부렸다. 형태 또한 다양했다. 앞서 이야기한 방식들과 마찬가지로 대규모로 ‘살포’되는 경우도 있었고, 앞서 언급한 소설의 텍스트본과 함께 블로그 등을 통해 암암리에 퍼져나갔다.

 

그러다 아예 사이트에 자체적으로 만화를 업로드하는 경우가 생겨났는데, 웹툰의 경우 ‘밤토끼’가 있다면 출판만화에는 “마루마루”가 있다. 마루마루는 불법 스캔본을 직접 번역해 공유하는가 하면, 하부 도메인 여러 개를 두고 혹시나 신고당해 차단 당하더라도 계속해서 불법적으로 만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성인사이트, 도박사이트 등의 광고를 받아 연간 약 8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11월 20일 마루마루가 잠정 폐쇄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추측이 난무했고, 21일 현재까지는 마루마루 운영자인 통칭 ‘박사장’이 소환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블로그 수준에서 공유되던 것이 연간 8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불법사이트로 성장할 만큼 오래 걸렸다. 그 동안 밤토끼가 생겨나고, 웹툰 트래픽 1위를 차지했다가 구속되는 동안에도 마루마루는 ‘성업’ 중이었다. 밤토끼는 웹툰에 직격탄이었다면, 마루마루는 만화 시장 전체에 깔려있는 미세먼지 같은 존재였다.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만화전문 서점 ‘북새통’을 통해 판매중인 출판만화는 약 2622종(출처: 인수니즘 코믹스, 아동/교육 만화 제외)이다. 이중 85.5%가 일본만화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일본만화의 애장판 3.4%를 합치면 약 90%를 차지한다. 마루마루는 주로 ‘스캔본’을 불법으로 공유한다는 점, 정식 수입작은 물론 한국에 수입되지 않은 작품들까지도 직접 번역해 공유한다는 걸 생각하면 실제로 출판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보통 불법공유 사이트들은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외국인 명의의 법인을 통해 해외 소재 서버를 통해 불법을 저지른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경찰대로 수사를 진행하려면 거쳐야 하는 기관들이 있고, 유관기관의 공무원들은 해외 서버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기 곤란하다는 식으로 수사가 미뤄져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연달아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들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것은 이런 공조가 이뤄졌다기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진 일부 전문가의 노력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게 옳다. 엄연히 저작권 피해를 보고 있는 작가들은 스스로를 ‘피를 흘리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재 실태를 묘사한다. 때문에 만화가협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들은 입을 모아 명백한 저작권 위반이 발생하고 있는 사이트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 개정을 요구했으나 일부 시민단체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문체부와 방심위(방송통신심위위원회)의 주도권 싸움 속에서 계류중이다.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나 국가기관의 검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학술적 목적의 공유, 비평/평론등에 사용되는 경우까지 해당한다면 분명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화 평론가로 일하면서 굉장히 많이 불편을 겪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법안을 수정하거나 예외조항 등을 삽입하는 방식을 통해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민의 표현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저작물에 대한 권리와 그를 통해 발생하는 재산권 또한 소중한 권리다. 불법 만화 공유가 시작된 시점에서 작가의 미리보기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는 피해작가들의 호소가 있다. 현재 방식으로 사이트를 차단하는데 심의까지 최소 2주일이 소요되고, 차단 후에 바뀐 도메인에 대해서는 새로 심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대로 마루마루가 여러 개의 도메인을 사용해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백한 저작권 위반”이 발생한 사이트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 침해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마루마루를 지켜달라’며 청원을 올리고 있는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에겐 그렇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밤토끼’와 ‘마루마루’를 잡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제 시작이다. 불법 만화 공유사이트는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70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밤토끼를 잡았으나 “시즌2”가 등장하기도 했다. 빠른 차단과 부당이득 환수, 그리고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사실들을 신경쓰지 않거나 모르고 쓰는 사람들에겐 ‘서비스의 지속’이란 ‘정당성의 획득’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마루마루가 사라진 자리에 불법이 자리잡지 못하기를 기대한다.​ 

 

작성자: 웹툰평론가 이재민

작성일: 2018년 11월 21일

등록일: 2018년 11월 21일

수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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