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툰은 황금알을 낳지 않는다' 위비툰 사태 들여다보기

웹툰은 황금알을 낳지 않는다

위비툰 사태 들여다보기

 

 

웹툰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규모로는 작을지 모르나, 현금 유동성이 보유되지 않으면 시작할수 없다. 전문적인 시장조사를 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그렇다. 업계 최소 원고료(MG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사실 제작비에 해당하니 원고료라고 부르겠다)는 월 200만원이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존재하지 않는 플랫폼을 상상해보자. 이 업체는 업계에 처음 뛰어들었다. 일단 구색을 갖추려면 주7일간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매일 5작품씩 7일 연재가 이루어지는 작은 웹툰 플랫폼이라도 35작품이 들어간다. 신인 작가들로만 최소한으로 채워도 월 7천만원이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고정비용이다. 여기에 PD, 편집장, 디자이너, 개발자등을 최소 인원으로 하더라도, 월 8천만원 이상의 고정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사무실 임대료, 각종 세금과 사용료, 복지비용 등은 별도다.

 

이렇게 기본 고정비가 높게 들어가는 업계다 보니 계약서에서 각종 꼼수가 등장했다. MG가 그 중하나다. 물론, 단순히 업계의 부조리라고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에게 불리하게 수정되어 왔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최근 몇 년간 웹툰이 떠오르는 신사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웹툰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 알고 다짜고짜 덤벼들어 ‘수익쉐어’를 빌미로 일단 부당한 계약을 맺고 보려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렸다. 문을 닫아버리는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나름 규모가 있는 큰 기업들도 웹툰에 발을 담그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kt가 투니드를 통해 운영중인 케이툰, NC소프트가 운영중인 버프툰 등이 있다. 이런 업체들에 거는 기대는 간단하다. 신생 업체거나 규모가 작아서 인지도는 낮더라도 대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이 있으니 안정성을 믿고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위비툰, 문을 열고 닫으려고 하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플랫폼 중 작가들이 ‘안정성’을 생각해 선택할만한 업체가 있었다. 바로 우리은행의 위비툰이다. 우리은행은 1899년부터 문을 연 은행이다. 시가총액은 10조 8836억원, 2017년 기준 매출액 약 23조 6730억원, 2018년 8월 기준 평균연봉 7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 직원 숫자는 올해 6월 기준 14,607명이다. 우리은행은 자사의 핀테크 메신저인 ‘위비톡’을 런칭하며 유재석을 광고모델로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이 위비톡 내에서 볼 수 있는 “위비툰”을 올해 6월 런칭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10월, 위비툰이 ‘서비스 종료’를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대기업의 웹툰 서비스는 크게 1)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서비스 2) IP(지적 재산)확보를 위한 투자 등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케이툰의 전신인 “올레마켓웹툰”의 이름을 보면 첫번째 이유를 알 수 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서비스인 올레마켓을 홍보하고,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NC소프트의 버프툰은 NC소프트가 게임등 다양한 콘텐츠간 미디어믹스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위비툰은 전자에 해당한다.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위비톡의 이용자를 늘리고,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서비스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위비톡의 사용을 늘리고자 하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4개월만에 서비스가 종료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작가들 사이에선 비공개 간담회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1년 짜리’ 웹툰 플랫폼?

이 간담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위비툰이 “1년짜리 사업”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연장 계획이 없는 사업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하는 한편 ‘연재작품 공모’까지 열었다. 당연히 장기 연재가 필요한 작가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인 위비툰의 문을 두드렸고, 그 중에는 현재 연재중인 작가도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웹툰 서비스는 고객들의 모바일 사용확대로 가장 주목받는 컨텐츠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 발굴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비툰의 문을 열면서 ‘지속적인 콘텐츠 발굴과 제공’을 이야기했으나 위비툰은 1년짜리 사업이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위비툰은 위비톡 앱에서만 볼 수 있는 폐쇄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적극적인 홍보와 사용자들이 복잡한 인증이 포함된 가입절차를 하는 수고를 감수하더라도 위비톡을 이용하고, 위비툰을 볼 만한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해 홍보하는 노력이 들어간다. 초기에 이런 홍보비용을 생각하면, 당연히 엄청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1년짜리 단기 사업이었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인천 지하철등에 실린 광고는 위비툰을 위탁관리하는 A업체가 직접 비용을 들여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홍보에 대한 노력은 초반 보도자료 이외에 어떤 것이 있었는지 알기 힘들다.

 

위비툰은 케이툰이 투니드에 위탁운영을 맡긴 것처럼 A사가 운영 대행을 맡고 있다. 우리은행의 입장에서는 A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치 하도급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 그 업체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일과 비슷하다. 하지만 웹툰은 매주 연재를 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단행본 1권의 분량을 12화 정도(약 200페이지)라고 생각한다면, 4주 기준으로 3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장편의 경우 50화에서 100화 내외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60화 정도가 필요한 웹툰이라고 하더라도 연재기간이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마디로, 웹툰 플랫폼으로서 1년은 장편 웹툰 하나도 제대로 연재할 수 없는 짧은 기간이라는 얘기다. 

 

웹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웹툰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그리고 오래 들어가는 사업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기 보다 농사에 가깝다. 오랜 시간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고, 사람들이 소비해야 돈이 된다. 정말 1년짜리 단기 사업으로 생각했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네이버등 거대 플랫폼에 브랜드툰을 1년 연재하는 것이 몇배 낫다. 더군다나 이런 홍보를 위한 서비스는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 보통 웹툰을 ‘판매’하지 않는다. 그 말은, 이 고정비용을 메꿀 방법은 웹툰 자체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웹툰은 황금알을 낳지 않는다. 소수의 성공사례만을 보고 업계에 뛰어들었다면, 매주 연재되는 수천 작품 중 웹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는 작품이 몇 작품이나 되는지, 네이버와 다음을 제외하면 알고 있는 웹툰 플랫폼이 얼마나 되는지, 웹툰업계의 매출 추산액은 얼마인지 생각해보면 이 업계에 쉽게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콘텐츠진흥원이 추산한 ‘만화산업’ 전체의 2018년 매출액은 약 1조 1천억원이다.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하고 있다는 가구기업 한샘의 시가총액이 2018년 10월 29일 기준으로 약 1조 1200억원이다. NC소프트의 매출액은 1조 7천억원, 그리고 우리은행의 매출액은 23조원이다. 웹툰업계를 포함한 만화업계는 황금알을 낳지 않는다. 오히려 황금알을 가진 사람들이 황금알을 낳을지도 모르는 거위를 사들이고, 황금알을 낳지 않으면 버리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현재 위비툰의 서비스 종료후 유관부서에서 서비스를 이어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위비툰을 이렇게 서비스 종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우리은행과의 신뢰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 결국, 또 피해는 작가 몫이 됐다. 최신성이 떨어진 작품의 가치는 낮아지게 마련이고, 우리은행에서 온라인 배포권등 저작권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지 않으면 아예 다른 연재처를 구할수도 없게 된다. 작가들은 무작정 은행의 답변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보통 웹툰의 계약은 3개월~6개월 단위로 갱신된다. 이 갱신을 시간이 아닌 회차로 나누어 계산하고, 장기연재 작품의 경우 작가와 담당자간의 협의를 통해 최소 연재회차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변경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이 연재 회차를 보장받기 위한 매출액 등의 자료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력은커녕 지키는 업체들에게도 큰 메리트가 없는 표준계약서는 무의미하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위비툰 사태나 이전의 케이툰과 레진코믹스의 경우처럼 작가들은 파편화 되어있고, 점점이 흩어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업계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작가 집단과 업체를 운영하는 집단이 만나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다양한 업계에서 프리랜서들을 포함하는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만화계도 각종 협회들의 변혁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작성자: 웹툰평론가 이재민

작성일: 2018년 10월 30일

등록일: 2018년 10월 30일

수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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