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진코믹스의 기묘한 적자

레진코믹스의 기묘한 적자

 

​2017년 8월 웹소설 졸속종료 이후 해외정산 문제, MG 미지급, 지각비등의 작가 부당대우 및 부당계약 등의 문제와 함께 블랙리스트 이슈, 작가 고소까지 시끄럽던 레진코믹스가 한달간 잠잠했다. 물론, 언론등의 대외활동은 잠잠했다 뿐이지 물밑에서는 계속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려왔다. 제살 깎아먹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레진코믹스의 속셈은 무엇일까, 어떤 계산이 있을까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다. 그리고 레진코믹스는 3월 20일, 실적발표를 통해 업계 최초 수출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을 알려왔다.

 

 

 

​실적발표 내용의 골자는 이렇다. 해외결제액이 업계 최초로 100억원을 돌파했고, 이는 2016년보다 약 4배가량 성장했다는 것이다. 전체 매출액 또한 513억원으로 2016년 대비 29% 성장했다. 그러나 사상 최대의 영업손실인 125억원을 기록했다고 알렸다. 사상 최대 매출과 최대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신사역 부근 도산대로에 위치한 레진코믹스 신사옥 임대료 및 보증금, 공격적으로 펼쳐진 전방위적인 마케팅, 최근 1년새 급성장한 불법 웹툰 사이트 등 다양한 이유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레진코믹스가 꼽은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은 다름아닌 작품사용료다. 레진코믹스는 작가 원고료 및 수익정산에 매출의 48.5%인 249억원을 사용했다고 알렸다. 어딘가 기묘하다. 레진코믹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와 계약해 웹툰을 서비스하는 업체다. 그런데, 작가에게 지급한 MG가 영업손실의 원인이라니. 레진코믹스가 밝힌 바로는 1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작가가 36명이 탄생했지만, 전체의 47% 작가가 100만원 미만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언뜻 보기엔 소위 47%나 되는 ‘저수익 작가’를 유지하기 위해 레진이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작가들의 반응도 차갑다. 일부 작가들 사이에서는 ‘지각비를 2018년 2월까지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이거였나’ 하는 등의 허탈해하는 반응도 나왔다.

 

실상은 다르다. 직계약 작가와 에이전시 계약 작가를 포함한 828명 중 47%에 해당하는 작가는 약 389명이다. 이들이 매달 MG 200만원에 못미쳐 120만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가정해보자. 389명이 120만원씩 1년간 손해가 된 액수는 약 56억원이다. 389명이 1원도 벌지 못해 200만원이 고스란히 손해로 잡힐 경우에는 약 78억원이 된다. 영업손실 125억원에는 크게 못미치는 액수다. 여기에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작가들을 보자. 36명이 있다고 한 이 작가들이 모두 1억원씩만 벌었다고 가정해보면 수익분배율상 레진코믹스의 수익은 1인당 약 2억원, 합쳐서 72억원이 된다.

 

레진코믹스는 매출의 48.5%가 작품사용에 쓰였다고 했다. 레진코믹스의 수익 분배비율은 작가 3 : 회사7이다. 그렇다면, 매출 513억의 30%인 약 154억원은 작가에게 분배되어야 할 금액이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초과분인 18.5%, 약 95억원이 소위 ‘저수익 작가’에게 돌아간 부분이라고 추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30억원은 미스터리로 남는다. 레진코믹스의 수익배분에서 분배시점은 MG 200만원의 경우 약 600만원의 수익을 낸 이후 시점의 수익을 3:7로 분배한다. 결국 지급MG 이상 – 수익분배점 미만(최저MG 기준 200만원 이상 약 600만원 이하 매출) 작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레진에 이익이 되는 구조라는 말이다. 그래서 레진이 택한 전략은 작품 숫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현재 레진 연재작은 약 300작품으로, 업계에서도 꽤 큰 규모다. 자신들의 전략이 규모 확장이었고, 많은 작품들을 연재하기로 선택한 것도 본인들이다. 심지어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하는 것도 레진코믹스다. 그런데 책임은 왜 작가에게 떠넘기는가?

 

전략은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레진코믹스의 매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작가가 아닌 다른 요소들이다. 30%에 달하는 모바일 결제 수수료, 슬라이드식 코인 방식으로 코인 가격 변동, 앞서 말했던 신사옥 이전과 같은 요소들이다. 간편한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된 지금, 애플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12개월 이상 ‘구독’한 결제자의 수수료를 15% 인하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웹툰의 경우는 매번 새로 결제가 일어나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대상이 아니다. 매출의 30%가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플랫폼들은 이 시스템의 불균형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레진코믹스를 예로 들면, 매출 전체가 100% 모바일 스토어를 통해 결제가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매출의 30%에 달하는 약 154억원이 수수료로 빠져나간 것이다. 기본적으로 작가에게 주어야 할 금액과 같다. 아마 레진코믹스는 이 수수료를 ‘자연상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18.5%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다.

 

하지만, 작가와의 계약은 물건을 납품하는 하도급 계약이 아니라, 온라인 전송/배포권을 주는 대신 수익을 나누는 일종의 파트너 계약이다. 작품의 제작은 작가가, 작품의 판매는 레진코믹스가 맡는다는 말이다. 판매를 맡은 레진코믹스가 영업손실을 작가에게 떠넘기는 것은, 제작과 판매 모두를 작가에게 일임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굳이 레진코믹스에게 판매를 부탁할 이유가 없다.

 

이미 레진코믹스 작가들 중에는 장기휴재를 선언하거나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는 작가들이 여럿 있다. 실제로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진 이후 매출이 급락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새디스틱 뷰티>의 우연희, 이금산 작가는 블랙리스트, 지각비, 정산 미지급 등의 문제로 매출이 급감하였다는 메일을 보냈다. 트래픽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2017년 11월경부터 레진코믹스의 트래픽은 감소추세를 보이다 2017년 1/4분기 이후 지켜오던 트래픽순위 2위자리마저 빼앗겼다. 그 와중에 불법공유 사이트의 트래픽이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레진코믹스는 여전히 작가들 탓을 하고 있다. “업계의 좋지 못한 상황”에 방관하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레진코믹스의 기묘한 적자, 원인제공자는 누구인가.

 

작성자: 웹툰평론가 이재민

작성일: 2018년 3월 21일

등록일: 2018년 3월 22일

수정일: 2018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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