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리뷰 부문] [BL 소설] 선명 - <곰곰> 리뷰

* 본 감상문은 [일반 리뷰 부문] 응모작입니다.


* 서브컬쳐 중 BL 소설 / 선명 작가의 저서 <곰곰>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운명은 인연을 만들지만, 인연을 선택하는 일은 당신과 나, 우리 두 사람의 몫이니까.” 선명 作 『곰곰』.


*배경 키워드 : 현대물, 네임버스물, 운명적사랑, 힐링물, 달달물


*공 키워드 : 까칠공, 발현후 수절공, 연상공, 다정공, 능글공, 수가 귀엽공, 로맨틱공


*수 키워드 : 순진수, 어리버리수, 귀염수, 자존감 낮은 수, 소심수, 연하수, 울보수, 상처수, 다정수


*별점 : (4.0) : 수가 낮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진정한 사랑에 행복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공의 다정함이 좋았습니다.

*기대감 : (100%) : 선명 작가님 신작이라 기대했어요.

*몰입도 : (100%) : 웃다 보면 페이지가 어느새 넘어가고 있다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애정씬 : (3.7) : 심의에 걸릴 듯한 발췌는 못하겠지만, 능글맞고 다정한데 섹시한 공을 원하시면 콜!을 외쳐봅니다.

*소유욕 : (3.6) : 도망을 가려는 순간 부처님 손바닥임을 알게 될 것이다를 몸소 실천하는 공의 매력이 돋보였어요.

*재탕욕구 : (0%) : 따스한 힐링물이라 포근한 봄날의 크리스마스를 느끼고 싶을 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편집 / 구성 : (3.0) : 인물 성격을 비롯해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약간은 있으나 대체로 무난한 힐링물이었어요.


*공 : 이로원, 타투이스트·타투숍 ‘베어타투’ 주인, 28세.

가벼운 피어싱과 짧은 상의 탈의에도 묘하게 얼굴을 붉히는 손님을 보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 남자. 네임을 지우러 왔다며 우물쭈물 흔적이 있는 자리를 말하면서도 나를 놓는 순간 당장에라도 줄행랑을 놓을 예정이라는 말이 고스란히 들리는 듯한 얼굴을 하며 어쩔 줄 모르는 선웅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잔뜩 부은 눈과 두려움이 담긴 시무룩한 표정을 풀어주려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 무사히 첫 작업을 끝내고 기본 사항을 주고 받으며 낯설지 않은 이름을 확인하려 했는데 달아나듯 떠난 상대에 살짝 당황하는 인물.


*수 : 나선웅, 대학생, 23세.

마음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소심한 성격 탓에 정작 솔직하게 말을 털어놓지 못하는 편. 심지어 충분히 고심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말을 하고도 잘했다며 자신을 위로하고 후련하게 속을 터는 게 아니라 상대방한테서 벼락같은 호통이나 언짢은 기색을 보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타입. 마음을 졸이며 조마조마했던 일이 무색하게도 자신을 보는 상대의 시선이 귀차니즘 그 자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허무한 상황이 너무 쉽게 끝을 보이자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장악합니다.


[리뷰]


사람의 자존감은 상대적인 면이 있어서 자신과 타인을 가리지 않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말을 계속 듣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측면이 있는데 수도 비슷한 마음을 가진 듯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너무 낮은 자존감이 외려 독이 되어 예쁘다고 말해도 정말 예쁜 줄 모르고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정말 좋은지 의심부터 하게 되면서 자신을 가치 있고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자기 부정에 취해 끝없이 땅굴을 파는 느낌이 강했던 같아요.


사무적인 관계에서 온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호감을 표시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장난이나 희롱에 가까운 표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농후해서 공이 처음 다가서는 순간은 희롱과 위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것 같아 썩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공의 능글맞은 면모가 드러나면서 아리송한 인상이 더 크게 남았는데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가 쌓일수록 미묘하게 다른 온도와 시선이 상대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묘한 기류가 흐르는 도입부라 각기 다른 이유로 인물에 대한 첫인상은 취향을 탈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호감을 쌓고 이해와 공감을 거듭하면서 연인이 되어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글의 이미지와 인물에 대한 감상이 확고한 작품인 데 비해 수의 투덜이 스머프 같은 모습이나 보여줄 듯 말 듯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한 번에 다 소비하려 하지 않는 공의 행보 덕분에 본격적인 감상이 느껴지기도 전부터 빵빵 터지는 구간이 많았어요. 단권의 특성상 글의 매력이 확실하고 명료한 몰입으로 시선을 확 사로잡을 키가 필요한데 이런 매력이 포함된 어리숙함과 코믹의 신선한 조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뭘 해도 어색하고 잘 안되는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를 얼굴 가득 써 붙이고 다니느라 여념이 없는 수와 상대의 삽질이 훤히 드러나다 못해 아주 잘 보여서 웃음이 나는 공의 조합이 작품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더군요. 수의 상황이 어둡기는 하지만 연애 요소가 주를 이루는 편이라 심각하지는 않고 공의 등장으로 자존감 회복과 힐링물의 노선을 착실하게 밟아서 가볍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낵 같은 작품이면서도 술술 넘어가는 에피소드에 묻어나는 감동도 잡을 수 있는 글이었어요.


세상을 살아가는 게 녹록지 않은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지만 감성적인 측면의 상처를 잘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유독 어두운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사실인데 비슷한 경우인 수의 내면을 누구보다 명확하고 확실하게 파악한 공의 현실적인 조언과 순도 백 퍼센트의 사랑이 수에게 녹아들어 아물지 못한 상처가 치료되는 건 물론이고 번지수를 잘못 찾은 줄 알았던 사랑도 제자리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종종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수의 어색한 의성어나 약간 어리숙한 면은 취향을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봄날의 따뜻한 크리스마스 같은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둘의 사랑으로 엿볼 수 있었던 메시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고난 그대로의 매력과 온전한 존재로서 사랑받을 가치와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발 옆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아 보일지라도 자신을 사랑하고 순간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다 보면 가치는 빛나기 마련이니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실없는 듯 보이지만 어떤 사람보다 수의 인격을 존중하고 별다른 의미 없이 털어놓는 말 같아도 타인의 감상을 파고들며 위로하는 공의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감언이설보다 다듬지 않은 진심이 더 오랜 시간 기억되고 사람의 가슴에 남듯 자신만의 화법으로 솔직한 욕망과 진심을 담은 공의 위로는 보기보다 괜찮은 울림을 남겼던 것 같고 사람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게 어떤 무게를 지니고 의미가 되는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특유의 이미지는 반전 매력을 통해 글에 녹아들었고 누군가에게 예쁜 그림을 선물로 남기는 직업인으로서의 능력만큼이나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스물의 특성상 운명론적 세계관에 근거하는 경우가 흔해서 방향성도 운명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명이라는 틀을 사용하면서도 운명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으며 스스로 인지한 끌림과 상대에게 느끼는 진솔함이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피력하는 게 돋보였어요. 거스를 수 없는 불변의 진리는 정해진 게 아니라 자유의지로 바꿀 수 있는 유의미한 선택에 가깝다는 이야기는 막연한 운명론이 갖는 한계를 벗어나 두 사람의 마음이 마주 보며 이루는 게 사랑의 진정한 완성임을 드러내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상처와 흔적을 모두 공유하며 앞으로의 다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얻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도 어려운데 둘을 동시에 해낸 두 사람의 능력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 수용 가능한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타인의 쉼이 되고 용기가 되어 성장과 사랑을 고루 이룰 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 시간 속에서 상대를 애틋하게 바라고 따뜻하게 감싸며 서로의 삶에 등대와 봄바람이 되는 연인의 이야기로 힐링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Comments (0)
  • 아직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로그인
소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