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프리버드 게임즈가 제작한 투더문(To the Moon)이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 좀 사봤다는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하고 많이 해보았을 법 한 이 작품은 명확한 장점과 명확한 단점을 보여준다.
첫째로 명확한 장점은 스토리다. 길지 않은 3~4시간의 플레이 타임과 아름다운 BGM, 탄탄하게 짜여진 스토리텔링은 엔딩을 보고난 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을 준다. 많은 게임이 유저가 게임 속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예로 마비노기 영웅전은 스토리를 읽게 하기 위해 캡콤의 역전재판 시리즈를 참고하여 두 줄의 텍스트만을 노출시키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10843) 그렇기에 많은 이들을 스토리에 몰입시킨 연출력은 가히 이 게임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더문의 단점은 무엇일까? 바로 게임으로서의 구성이다. 게임 속 퍼즐이 스토리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평이 많다는 점인데, 분명 장르는 어드밴쳐로 분류되어있지만 정말 모험이 펼쳐지는 순간이 재미도 없고 몰입을 방해할 뿐이다. 이 단점으로 인해 투더문이라는 작품이 과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 필자에게 투더문 속 퍼즐요소들은 마치 스스로가 게임이 맞다고,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바로 이 단점이 투더문을 리뷰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많은 이들이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논할 때 시즈마이어의 말을 인용하곤 한다.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투더문은 어떨까? 처음부터 끝까지 의미 없는 달리기와 퍼즐만이 있을 뿐 오로지 제작자가 정해둔 방향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만 남아있다. 이는 기존의 미디어와 같은 성질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소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들은 결국 작가가 생각해낸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법에만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완성되어진 이야기를 순서대로 따라갈 뿐이다. 필자는 게임이 기존의 미디어보다 더 강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믿는데, 이는 내가 직접 조작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몰입감과 유저의 선택에 의해 자유롭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투더문을 플레이한 날, 감동의 여운이 지나고 나니 이 게임은 게임인가, 그렇다면 게임은 무엇인가, 깊으면서 짧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찾아보니 게임을 정의하고자 하는 노력은 많이 있으나 간단하지 않은 과정인 것 같아보였다. 관련 논문[1]에서 보면 게임의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 느껴진다.
오랜 고민으로도 결국 필자는 게임의 정의를 내리지 못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결국 다른 세계의 누군가가 되어 내가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 없이 그저 사람간의 경쟁을 부추겨 돈만 끌어 모으려는 목표가 다분히 보이는 작품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모습만 봐온 사회의 시선이 게임을 질 나쁜 오락으로 폄하하는 것 같다. 필자 또한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해 많은 어른들에게 좋지 못한 시선을 받아왔고, 받고 있다. 하지만 직접 게임을 하면서 느껴본 바, 영화나 소설을 넘는 감동을 주는 작품들은 분명 존재한다. 앞서 말해왔던 투더문은 흔히 쯔꾸르라고 부르는 굉장히 열악한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작품임에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데에 성공했다.
우리 다음 세대는 분명 지금보다도 넘쳐나는, 획기적인 게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산되는 세상에 살아갈 것이다. 그 때 우리의 자녀를 위해서라도 질 좋은 게임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게 필요하지 않을 까. 억지로 막아봐야 어긋나고 곪아버릴 뿐이다. 게임을 무조건 폄하하는 것이 아닌 투더문 처럼 제대로 된 게임을 올바르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마무리 지어본다.
[1]권용만, 「게임의 정의 및 속성에 관한 연구」, 『한국컴퓨터게임학회논문지』27권(2014):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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