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마녀를 불태워 없애라”, 시뉴라 작가의 <마녀 어머니와 좀비 아들>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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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어머니와 좀비 아들

“저 마녀를 불태워 없애라”, 시뉴라 작가의 <마녀 어머니와 좀비 아들>


마녀 어머니와 좀비 아들

official icon “저 마녀를 불태워 없애라”, 시뉴라 작가의 <마녀 어머니와 좀비 아들>

우리에겐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이젠 너무나 익숙해진 말이 있다. 그 말들은 마치 원래 우리말이었던 것 처럼 쓰이곤 한다. ‘빵’은 포르투갈어가 일본으로, 또 일본어가 우리에게 들어오면서 굳어져 ‘빵’이 되었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중에는 ‘마녀’라는 말이 있다. 기록에서는 마녀사냥을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라고 보지만,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을 정도로, 마녀사냥이라는 말의 역사는 깊고 오래됐다.




시뉴라 작가가 투믹스에서 연재중인 <마녀 어머니와 좀비 아들>은 초반부만 봐선 유쾌한 코미디 극으로 보인다. 성격파탄자 마녀가 겉보기엔 멀끔하게 생긴 좀비를 만들어 시종으로 부리면서 아들이라고 부르는 그런 코미디. 그러나 이 작품은 그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마녀를 다룬다. 보다 근본적으로, 마녀가 왜 마녀가 되어야 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의 얄팍함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는, 한 사람에겐 구원이었으나 모두에게 재앙이었던 마녀에 대한 이야기다.




<마녀 어머니와 좀비 아들>의 등장인물은 크게 다섯 명이지만, 현재에 존재하는 건 두명 뿐이다. 히료와 기억이 지워진 채로 좀비가 된 아들 비제. 비제는 점점 약해지며 부서져 가는 몸으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고작해야 꿰맨 다음 방부제를 녹인 물에 몸을 푹 담그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제는 자신의 존재에서 행복과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어머니인 히료는 아들을 해치려는 사람을 단숨에 살해해 버리는 악랄한 마녀일지라도.


히료는 과거에 모두를 돕고 싶어했던, 신비한 힘을 가진 순진한 아이였을 뿐이었다. 어머니 신이라는 존재가 재앙을 예언하고, 그 예언을 들으러 찾아온 라슬이라는 마을의 사제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살해당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리고 살인자는 마을에 나타난 기묘한 아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사제는 이 예언을 듣고 기묘한 아이를 잡아 가두지만, 기묘한 아이-즉 마녀-는 아무리 죽이고 또 죽여도 다음 날이면 멀쩡하게 살아났다. 그리고 삼십 일 동안, 마을 사람들은 마녀를 돌아가면서 매일 갈갈이 찢어 죽인다.

그러나, 그 아이는 정말로 마녀였을까? 빵을 만들어내는 마법, 절단 마법, 환상 마법과 순간이동 마법만 쓸 줄 알았던 아이는 재앙이 닥칠 마을에 빵을 만들어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절단 마법으로 우물을 새로 파면 어떨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제는 아이를 묶었고, 마녀라 낙인찍고 서른날 동안 죽어가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절실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시위를 보고 흔히 우리는 “곱게 말하지 않는다”고 쉽게 비판하곤 한다. 우리는 서로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없다. “곱게 말하지 않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곱게 말해온 시간들은 너무나 쉽게 지워지고, 그가 거칠게 항의하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무시하기 때문이다. 빵을 만들어 보이며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거야”라고 말하는 아이가 모두를 살해하게 되기까지, 그 예언이 실행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모두 잊고, 그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만으로 마녀로 만들지는 않는가.




이 작품에서 사제는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희한하게도 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대사제의 말을 들은 다음에는 영혼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신의 권위는 그를 마비시켰고, 마침내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그동안 있었던 과거는 지워지고 현재의 상태가 모든 것을 덮는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세가지다. 살아있는 것, 변화하는 것, 그리고 부패하는 것. 살아있는 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히료와 다른 사람들, 그리고 변화하는 것은 히료의 과거와 현재, 부패하는 것은 히료의 아들과 모든 죽어버린 것들이다. 작품 상에서 히료는 영혼을 붙잡아 물건들에 가두었다. 죽은 것들이 완전히 죽지 못하게 만들고, 흘러가 과거가 되어야 할 것들을 현재에 붙잡아 두었다.

살아있는 히료는 변화해야 하지만 변화를 거부했다. 서른 명이 죄책감을 나누어 가지는 동안, 히료는 30명의 목숨만큼의 죄책감을 홀로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피해자는 죄책감을 더 깊게 지고, 가해자들은 쉽게 말을 뱉는다. 현상은 현상으로서 존재하지 않고, 맥락속의 점으로서 존재한다. 맥락이 중요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하는 이유는, 우리가 맥락 속에 살기 때문이다. 현상만 본다면, 당연히 마녀 히료는 죽어 마땅한 죄인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 제프는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순간, 영원히 어머니의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 순간 어머니의 행복과 변화를 빈다. <마녀 어머니와 좀비 아들>은 비극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현실의 우리가 그렇듯이.





한줄평) 우리는 악을 생각보다 좁은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악은 과연 악한가?


장점

  • '마녀'라는 악역을 해체하는 작업이 흥미롭다.
  • 어쩌면 평화로운 결말을 스스로 버린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단점

  • 중반의 이야기 흐름에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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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봄
  • 작성자 : 푸른봄
  • 작성일 : 2018/07/31 - 02:31
  • 소개글
만화를 좋아합니다.
때문에 웹투니스타를 시작했고, 어쩌다보니 평론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화 평론과 만화계 전반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문의 : webtoonist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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